광주프린지페스티벌 혹은 관주도 행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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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프린지페스티벌 혹은 관주도 행사를 말하다

한석중                                  오늘은 ‘광주프린지페스티벌 또는 관주도 행사’에 관한 이야기1를 해보겠습니다. 그럼 김태균 선생님의 발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부 발제 및 토론. 축제의 지역성과 시행착오의 시간

김태균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축제의 지역성과 시행착오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집계된 전국의 축제 수는 693개입니다. 이는 축제 기간이 2일 이상이고 지역주민, 지역단체, 지방정부가 개최하며 불특정 다수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관광 예술축제를 대상으로 집계된 축제 수입니다. 매년 전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천 개의 축제가 열립니다. 여기에 비공식적으로 열리는 축제의 수를 더하면 매년 2천5백 개에서 4천 개의 축제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수치에서 느껴지는 체감은 어떨지 모르나 한국은 축제 공화국이 아닙니다. 일본은 매년 2만 개가 넘는 축제를 열고 한국보다 작은 유럽의 몇몇 나라도 매년 만개 이상의 축제를 여는 시점에서 비추어 보면 한국의 축제 수는 과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국적으로 너무 많은 축제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전국에서 열리는 4천여 개의 축제가 비슷비슷하기 때문입니다. 1995년 7월 1일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고민도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업적을 남겨 권력을 이어갈까 고민하던 기관장들의 눈에 축제가 들어왔습니다. 이로 인해 축제는 기관장들의 업적 과시용 행사로 변질되어 지금의 ‘그 나물에 그 밥’인 요식행위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축제(祝祭)는 영어 ‘페스티벌(Festival)’의 일본어 번역입니다. 엄밀히 말해 페스티벌은 예술문화와 관련된 행사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페스티벌이라는 용어를 남용하고 있습니다. 인삼축제, 산천어축제, 벚꽃축제, 머드 페스티벌 등 웬만한 행사에 축제라는 말을 붙이고 있습니다. 인삼 특산물전, 산천어 거리, 벚꽃놀이, 진흙놀이 등의 행사명이 더 어울림에도 축제라는 용어를 남용하는 이유는 자신이 기획한 행사를 과대 포장하려는 기획자의 욕심에서 기인합니다.

그렇다고 전국의 모든 축제가 별 볼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소수지만 축제다운 축제, 성공한 축제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축제들의 공통점을 정확하게 나열하기는 힘들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성공한 축제들은 축제가 열리는 지역에 지역 특성을 잘 반영합니다.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환경 등 지역만이 보유한 자원들을 활용해 축제를 기획하는 것이 성공한 축제들이 가지는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성공한 축제는 크기보다는 지속에 초점을 둡니다. 축제 같은 문화행사는 단시간에 성공하기 힘든 영역입니다. 왜냐하면 문화행사는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시행착오를 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 축제와 같은 문화행사의 특성입니다.

이외에도 성공한 축제의 공통성을 더 추릴 수 있지만 우선은 이 두 가지로 한정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가장 기본이라 여겨지는 지역성 확보와 시행착오의 확보마저도 도외시되고 있는 것이 한국축제의 현실입니다. 성공한 축제를 견학하러 유럽으로 가려고만 하지 말고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관찰하고, 단기간의 치적 쌓기 사업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축제도 난무하지만 저는 축제라는 용어가 난무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치맥페스티벌, 무슨 페스티벌 웬만하면 축제라는 페스티벌을 갖다가 붙이는데, 그 행사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놀이, 유희 정도로 바꿨으면 합니다. 예전 저희 어렸을 때는 “벚꽃놀이 간다.”라고 했잖아요. 벚꽃축제가 아니라 벚꽃놀이인데, 축제라는 말과는 성격이 다른데 축제라는 말이 남용되는 것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축제가 난무하는 현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광주프린지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축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면 알고 있어야 할 정보들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정찬일                                  ‘놀이패 신명’은 축제에 많이 다녀보는데, 행사하러 가면 모를까 저희는 왠만한 지역축제가 있으면 안 가려고요. 차 막히는데 시간 내서 가 가지고 펼치고 없애고 부스를 만들어서 음식들을 먹고.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에게 볼거리가 있었는데, 지역적 특성이 없는 혈세가 낭비되는 축제가 많아요. 화순고인돌문화축제에 제안한 적이 있는데, 고인돌이 무덤이잖아요. 그래서 죽음의 축제를 해보면 어떨까. 사람이면 누구나 다 겪는 통과의례잖아요.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많은 의미들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균                                  예.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윤수안                                  아이디어는 좋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안 되어 있어요.

한재섭                                  지역성이라는 부분이 대게 지역의 사람을 일컬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데 대부분 사람이 아닌 지역의 특산물, 물건, 자연 등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역의 사람들이 지역의 특성을 어떻게 발현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면 답이 없었어요.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생활 속에 있는 동아리를 비롯하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상생활 속에 썼었던 것을 뽐내는 그런 것들이 결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 충장로 축제가 그런 컨셉 아니었나요? 동네 풍물 하시는 분도 부르고, 놀고먹는 축제로는 끝판왕이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역성이라는 것은 그 지역의 사람들의 무언가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윤수안                                  충장축제는 각 동마다 사람들이 동원되지 않나요?

한재섭                                  아마 동대표로 나가는 거 아닐까요? 사실 축제에서 겨루기가 재밌잖아요. 씨름도 겨루면서 우리 동네 잘났다 이런 건 좋은데요. 그런데 만약 동원됐다면 머리 아프네요.

윤수안                                  동에 문화센터 있잖아요. 그 프로그램들을 조직화해가지고…

한석중                                  동원되기보다는 문화센터 겨루기 대회처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전에는 보통 축제에서 전문공연팀만 공연했었는데 상금을 걸고 전국에 있는 문화센터에 아마추어 동호회팀들을 모았죠. 매우 많은 팀이 참여했고 실제로 경쟁도 치열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열악했던 충장축제가 그나마 빛을 발했던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너무 많이 해서 탈이지만요.

한재섭                                  초기에는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너무 막걸리 냄새가 나지 않나 싶습니다.

한석중                                  처음에는 거리퍼레이드가 메인인 축제로 시작했지요.

정찬일                                  화순에서 ‘풍류문화축제’라는 것을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13개 읍면이 각 지역의 설화나 역사적 소재를 마당극으로 만들어서 전체가 모여 선보였던 축제였죠. 어떻게 보면 쇼킹했죠. 실제 주민들이 농번기임에도 거의 두 달 동안 밤마다 모여서 연습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놀이패 신명’같이 각 지역의 극단들이 들어가서 연출이나 지도를 했죠. 과정은 되게 힘들었는데 어르신들이 재밌어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니 주민들이 죽겠다 하고 어르신들밖에 없는데, 군수도 바뀌고… 행사가 다른 컨셉으로 바뀌었죠. 하지만 이런 컨셉도 시도해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한석중                                  방금 사례는 지역, 흔히 시골형에 적합한 사례지만, 광주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시형 사례입니다. 아마 ‘광주프린지페스티벌’도 지금처럼 하는 이유가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도시 사람들에게 가장 잘 통하는 것이 공연예술축제이기 때문일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프린지페스티벌과 같은 공연예술축제는 처음에는 아주 엉터리 같아도 지속성을 보장해 주었으면 합니다. 주최라던지 주관이 연속성이 있어야 처음에는 못하더라도 하나씩 하나씩 발전하고, 하나씩 하나씩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그런 축제가 될 텐데, 지금껏 광주에서 하는 행사를 보면 너무 관의 행정과 예산에 의존하다 보니까 시 담당자가 바뀌면 축제 컨셉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패가 경험으로 축적되어야 하는데 주체 자체가 바뀌어 버리니까 발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찬일                                  결국 축제라는 것이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하잖아요. 도시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도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특성이 있죠. 하지만 광주는 5·18이라는 대표적인 공동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 말고 새로운 것을 끌어낼 수 있는 무언가로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은 너무 급조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다음 발제는 한재섭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2부 발제 및 토론. 정치인의 웃음 같은 광주프린지페스티벌

한재섭                                  저는 ‘정치인의 웃음 같은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이라는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자체의 도시 축제가 빠지는 가장 큰 함정 중의 하나는 항상 밝고 즐겁고 유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음주·가무를 즐기는 나라에서 저 말은 잘 먹고 마시고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처럼 작용하는 듯합니다. 광주프린지페스티벌도 이러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존의 도시 축제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성격을 가장 간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자체장이 떠들썩한 축제의 현장에 와서 짓는 억지웃음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그러한 이유는 도로를 통제하고 참가자들을 섭외하는 행정력과 예산의 주체가 지자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지자체의 위대한 분들이 직접 수행은 하지 않고 형식뿐인 입찰을 통해 선정된 업체들이 수행하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여기서 대행사가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축제의 본질인 라인업까지 해버리니까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축제의 주인공은 지자체의 장일까요? 도시 축제의 주인공은 시민들이라지만 그들은 사실 소외되어 있습니다. 그저 요란하고 진기한 스펙타클 거리에서 소외된 구경꾼일 뿐입니다.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지만 ‘충장축제’라던가 대부분의 지자체 축제들이 상인연합회와 결부된 점은 사실 시민들을 축제의 중요한 소비자로 보기 때문입니다. 축제를 구경하러 오는 외지인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성공한 축제의 가장 큰 기준은 관광산업을 통한 경제적 효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다음 ‘축제는 항상 즐겁기만 해야 하는 것인가?’의 의문입니다. 축제에 온 시민들을 즐겁게 해 줘야 한다는,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대중적이고 무난한 참가자들이 축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축제가 반드시 대중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프린지 페스티벌이라 명명한 축제에서만큼은 좀 더 우리의 감각을 우리의 생활을 확장해주는 축제가 프린지의 원래 의미와 맞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시다시피 프린지는 1947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주변부(fringe)에서 초청받지 못한 작은 공연단체들이 자생적으로 공연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도 1998년 독립예술제를 모태로 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의미가 변형되어 대규모 도시 축제를 추구한다면 차라리 고대 그리스 시대 벌어진 비극 제전이나 퍼레이드와 같은 시민들의 단합을 촉구하는 축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공동체의 운명과 비전을 토론하는 비극 제전과 같은 축제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 원래 프린지의 의미를 되살린다면 대중문화에 의해 무뎌지고 길들여진 시민들의 감각을 일깨우는 좀 더 자율적이고 좀 더 주변부의 파격적인 에너지가 넘쳐나는 축제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좀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축제에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들도 의전에 많이 길들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축제 시작에 개회식을 통해 정치인 등장하는 것이 너무 관행화되어 있어서 의전이 없는 문화행사들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 선거에서의 표와 예산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심지어 다들 구경꾼들이 돼가는 것 같아요. 대인시장도 그런 느낌입니다. 원도심에서 벌어지는 대인시장 축제, 그런데 살기는 다 외곽에서 살잖아요. 상무지구, 수완지구 이런 데서 사는 사람들이 원도심의 못 사는 사람들 구경하러 온 느낌들이 있습니다. 대인시장 할머니들 구경하고, 돈 없는 예술인들 구경하고, 거기다 주 5일제다 보니까 여가를 즐기러 바다나 산이 아니라 옛날 못살고 조금 유니크한 예술가들 구경 갈까 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윤수안                                  저는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은 안가봐서 잘모르겠습니다. 토요일에는 그쪽으로 가기가 싫어서요.

김태균                                  저는 이번에 축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1년만 시범적으로 축제를 없애면 어떨까 하고요. 전국적으로 강요는 못 하겠지만 어디 시 한 곳에서 실험적으로 해봤으면 합니다. 축제를 구성하는 사람에는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제가 생각하기로는 97~8%는 축제가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그 말이 무엇이냐 하면 기획자들, 장비 설치하는 사람들, 공연하는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이다. 그래서 오시기 싫어하는 무의식적인 게 있는 게 아닐까.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하고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이 아니라, 주 5일제를 즐기면서 축제장에 와서 토요일 저녁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 경제력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정찬일                                  어찌 됐든 축제에 사람들이 온다는 것은 갈 데도 없고,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거죠. 있는 사람들은 차 몰고 산 좋고 바다 좋은 밖으로 떠가겠죠.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시에 있는 거고, 그런 분들을 위해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석중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차 막히고, 사람 많고, 복잡하고, 그런데 왜 올까? 매년 그런데 도대체 왜 올까? 하지만 그런 문화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소외되잖아요. 공동체 문화들이 해체되고 있고, 사회는 계속 개인주의화가 돼가는 현실 속에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으쌰 으쌰’ 하는 문화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윤수안                                  저는 그래서 야구장 같은 델 잘 안 가요. 사람들이 많은 델 가서 같이 무언갈 응원한다는 자체가 싫어하기도 하고, 또 저는 기본적으로 문화에 낭만과 풍류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휩쓸리는 곳에서는 낭만과 풍류를 못 찾겠더라고요. 대게 개인이나 마음에 맞는 소규모의 사람들과 있을 때 나오는 거라서 체질적으로 저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김태균                                  정치의 영역에서 살펴보면 권력자들이 시민들을 다스리는 장치들이 있습니다. 방금 이야기하신 프로스포츠도 그런 장치이고, 축제도 이제는 그렇게 돼버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할 일이 없으니까 가는 것 같거든요. 그 할 일 없는 사람들에게 자꾸 이미지를 보여주는 거죠. 여가는 이런 거다. 혹은 축제는 가야 하는 거고, 앞으로는 문화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그게 적절한 것은 축제다, 문화행사다. 이렇게 끊임없이 이미지를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안 가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한재섭                                  1995년 지자체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축제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김태균                                  그랬죠. 선거 때 치적 내세우기로 많이 변질하였으니까요.

정찬일                                  지자체가 시작되면서 규모가 커진 측면이 있죠. 전에는 동네 같은 단위에서 조그맣게 시작됐는데 지자체가 시작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대중들이 동원되고, 그러면서 전문기획자가 생기게 되었죠.

김태균                                  그런데 콘텐츠는 빈약해진 것 같아요.

한재섭                                  잘 찾아보면 좋은 축제도 있습니다. 이번에 한 ‘민족극한마당’은 어떠셨는지요? 축제나 페스티벌을 남용하지 않고 민족극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하는데, 민족극한마당은 능동적인 관객들만 가서 보는 거잖습니까? 대부분의 축제는 수동화되어 있는 사람들이 뭐 한다고, 시끄러우니까 가보는 그런 축제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관에 지원보다는 본인들의 독립된 무엇을 추구하다 보니까…….
정찬일                                  어떻게 보면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어떻냐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아까도 이야기 나왔던 지속성이라 하는 부분이 단순히 맡겨서 되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광주 예술난장 굿판’ 같은 경우에 ‘전통문화연구회 얼쑤’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쭉 가니까 어느 정도의 틀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에 대해서도 선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제공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준비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엇을 추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재섭                                  관객들을 많이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태균                                  농경사회에서 축제는 정체성을 확인을 하고 사람들을 묶어주는 구실을 했다고 하면,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의 참여하는 행사를 축제로 인식합니다. 참여가 같이 퍼레이드를 하고, 그곳에 일원이 되는 그런 의미도 있을 수 있겠지만, 관람하면서 참여를 하는, 좀 떨어져서 편한 이것을 참여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차라리 민족극한마당과 같은 행사를 그대로 광주프린지페스티벌에 올려서 12월까지 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대게 좋은 의도였고, 민족극한마당이 프린지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도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저는 연극을 해본 적도 없고, 시나리오를 쓴 적도 없지만 제가 봤던 공연은 거기서 보기가 조금 불편했습니다. 연기력이나 연습량이나, 춤 실력, 노래 실력이 관객들을 끌어당기기에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도 없습니다. 현재 재정적인 구조나 문화 정책적인 공무원들의 마인드를 보면,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없는데 차라리 이것을 가져다가 프린지페스티벌에 올려가지고 공연 반, 연습 반 하는 식으로 키워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민족극한마당을 보면서 디테일이 없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지금 활발하게 다니는 세대들은 민족극, 마당극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발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을 끌어 오려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안내가 잘 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한다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어떻게 보면 전당에서 많이 안 도와준 것 같았어요. 책임지기 싫으니까 그런 관성은 알겠지만, 너무 안 도와준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한편으로는 서글펐습니다.

정찬일                                  전당은 행사를 하기에는 적합한 공간이 아니에요.

윤수안                                  민족극한마당 같은 경우에는 마케팅 부분에서 다른 큰 규모의 축제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죠. 사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놔도 사람들이 거기에 있는 것을 모르잖아요. 아무리 좋은 요리가 있다 해도 그것을 생소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먹는 방법도 알려 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부족했죠.

한재섭                                  사실 마케팅이 다 돈이 잖아요.

정찬일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준비 기간이 짧았죠. 광주에서 가장 큰 행사가 5월 행사잖아요. 5월 행사 바로 다음이라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거기다 장승도 심었고, 그렇게 큰 행사가 이어져서 벌어지다 보니까 지역에서 준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준비하는 기간이 대게 짧은 그런 한계가 있었습니다. 실은 전 정권하에서 민족극한마당을 못 했었거든요. 거기다가 단체들도 많이 피폐해졌습니다. 블랙리스트나 이런 것 때문에 재생산도 잘 안 됐고 활동도 점점 안되다 보니까 많이 힘들었었습니다.

한재섭                                  관에 지원이나, 관심이나, 시행착오의 시간을 기다려줄 줄 아는 것들이 자기 고유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프로단체나 일반인들에게 절실히 필요합니다. ‘얼쑤’나 시민참가자들이 돈 많이 버는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돈 많이 버는 게 아니라 결국 돈 버는 사람들은 업체들이잖아요.

한석중                                  광주프린지페스티벌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이 많은데요. 저는 긍정적으로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에서 문화기획자들이 공연예술축제들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전체 프로그램들이 약할 수는 있겠지만 어떡하든 이런 판들이 벌어졌다는 것은 지역 공연팀들이 공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생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활용하여 지역공연팀들이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 낼까 하는 고민이 많이 되어야 하는데 단지 자기 공연만 와서 보여주고 가는 식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수안                                  관객들은 많이 오신가요?

한석중                                  네, 생각보다 많이 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보통의 축제장에 가면 가족 단위나 나이 드신 분들이 주를 이루는데 프린지페스티벌은 젊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김태균                                  그런 이유 중의 하나가 충장로라는 쇼핑공간이 바로 옆에 있고, 또 동명동과 양림동 가운데 있다보니 이곳을 거쳐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통편도 좋구요.

한석중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은 공연뿐만 아니라 여러 체험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런 것들을 한 기획자가 다 떠안는 게 아니라 청년단체, 아니면 어떤 기획그룹에서 나누어서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지역공연팀 관리는 전담 기획자를 두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였으면 합니다. 저희 ‘광주 예술난장 굿판’ 축제도 그렇게 잘 못하고 있어 반성은 하는데요.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힘든 일입니다. 지역공연팀과 개, 폐막을 짠다든지, 서로 연합하여 축제에 맞는 공연물을 만든다든지 하는 일들은 두세 달은 기획하는 사람이 붙어서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모이게 하고, 아이디어 주고, 밀어주고, 계속해서 옆에서 기획자가 하게 만들어야지만이 할까 말까 하는 정도가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은 너무 ‘판깔아주면 알아서 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물론 지역공연팀들도 욕심을 내야 하지만 지역 공연단체들도 그동안의 관성에 젖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원사업의 돈에 맞추어서 하는 관성에 몇십 년씩 젖다 보니까 이런 판들이 깔려도 쉽사리 나서지 않는 듯합니다. 광주프린지페스티벌과 같은 축제는 좋든 싫든 어차피 지역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지역 공연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축제 측도 ‘어떻게 하면 지역 공연단체를 키우고 활성화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나간다면 좋은 축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수안                                  저도 페스티벌이 즐겁게 노는 데 의미를 둔다면 그냥 즐겁게 노는 것도 좋은데, 모든 축제가 너무 이런 방식으로만 기획되다 보니까 그런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다 놀고 즐겨야 한다는 방식이잖아요. 저는 최근 여가를 즐기는 좋은 형태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하늘정원에서 공연도 없는데 돗자리 깔아놓고 음식 나눠 먹고, 맥주 한잔 같이 마시는 그런 방식도 좋은 것 같습니다. 굳이 앞에서 공연을 해서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것보다는 그냥 삼삼오오 모여서 도란도란하고,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덜 외롭고, 뭔가 사람들 속에 있는 것 같은 그런 경험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한재섭                                  예산이 행사에 다 돈이 들어가 버리니까 문제인 듯합니다. 준비하고, 기획해 내고 하는 인력에 대한 관심이 덜 한 것 같습니다.

정찬일                                  계속해서 뭔가 행사를 하고 나서 성찰하고 다시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매주 하니 그런 시간이 없습니다. 저번 이야기했던 대인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다, 2주에 한 번으로, 올해는 매주 하니, 너무 채우면 그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석중                                  기사에도 났지만, 축제감독은 고액의 비용을 받지만, 청년 기획자들은 예산 책정도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태균                                  ‘충장축제’ 기간 동안 YMCA 옆에 있는 주차장 두 개를 고액의 임대료를 주고 빌린다고 합니다. 그 공간에 자릿세를 받고 주막을 까는 거죠. 이것이 전국 최고의 축제라고 하는 충장로축제의 현실입니다.

한재섭                                  축제가 있어야 해요. 없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원초적인 본능이잖아요. 풀 때가 있어야죠. 하지만 너무 많은 축제가 놀고, 먹고, 마시게 되어 있어서 이 양으로 되어 있는 축제 구조를 한번 전환해 줄 만한 기획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태균                                  이것이 좋은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축제는 ‘김어준의 파파이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시작을 하면 이것이 입소문이 나면 관도 관심을 보일 거란 말이죠. 그렇듯이 축제 당사자가 주도해야지 관과 같이 기획을 하고, 그들을 설득시키기에는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해피아도 있고, 관피아도 있듯이 축제도 이미 그런 피아들이 형성이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노벨 축제상’을 받을 만한 축제 기획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 먼저 공무원을 설득시키겠죠. 공무원이 설득되면 그 지역 상인들은 그냥 설득될까요? 돈 버는 게 목적인 상인은 절대로 그냥 설득이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면 난리가 나겠죠. 그래서 그냥 완전히 독립된 장에서 스스로 작더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재섭                                  그렇지만 현실은 너무 열악합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 이런 말들이 고색창연한 말들 같지만, 사실은 지원이 필요하잖아요.

한석중                                  축제를 만들다 보면 그 줄다리기를 얼마만큼 잘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원은 받으면서 간섭을 덜 받고, 또 지원은 끌어오는 그 줄다리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의 완성도가 비교적 높다고 하는 ACC프린지 인터내셔널의 출연진 1팀을 데려오려면 저희 ‘광주 예술난장 굿판’의 전체 출연진의 출연료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공연예술축제에서 지원 없이 좋은 콘텐츠로만 승부한다는 게 한계가 있습니다.

임인자                                  그런데 그런 팀들이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고, 아까 말씀하신 데로 프로듀싱이 붙고 그 팀에 많은 서포터들이 있어서 그런 결과물들이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광주에서 그런 결과물들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만들고 공적 자금과 행정력이 더 붙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생태계와 상관없이 직접 관에서 해버리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재섭                                  과장이 아이디어 보고 오케이 하면 축제가 되고….

임인자                                  그것을 기획이라 생각을 하니까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석중                                  조선 시대 때 축제들 보면 마을 사람들만의 자발적인 축제일 것 같은데 그 시대에도 상인들을 비롯하여 많은 세력이 움직입니다.

한재섭                                  후원세력들도….

임인자                                  그렇죠. 원래는 그렇게 후원세력들이 서포트를 해주는 역할을 한 거죠.

한석중                                  조선 시대에도 전문적인 공연패들이 있었어요. 경기지역에서 활동하던 남사당패들이 전라도 외딴섬까지 다 들어갔습니다. 언제 오냐 하면 물고기들을 가장 많이 잡아들일 때 그때 남사당패들이 오죠. 그럼 판이 벌어지고 작은 동네패들도 참여하고 그 연희들을 눈으로 훔치고. 그리고 남사당패가 돌아가면 그 동네 패들이 그걸로 또 써먹으면서 작은 행사들을 하고 그렇게 지금과 아주 유사한 방식이 있었죠 .

김태균                                  제가 관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게 어불성설인 게 축제가 예전에 제사를 지내면서 권력을 과시하고, 축제가 끝난 후 제사 지낸 음식을 베풀면서 관대함을 보여주는 철저히 정치적인 행사였습니다. 카니발도 기독교의 금식 기간 전에 잠깐 풀어주는 거였습니다. 그때 노예가 주인을 가학하고 하는데 그것은 사람은 누구나 누구를 때릴 수 있다는 것을 그 기간 내에 보여주고 카니발이 끝나면 할 말이 없는 거죠 “야 그때 네가 나 때리지 않았냐 나도 너 때릴 수 있어.” 이렇게 정치적인 거라서 독립적인 축제나 크레이티브 한 축제는 어불성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축제를 없애버리면 어떠냐는 이야기를 한 겁니다. 이 말은 사람은 놀아야 해요. 놀이라는 게 본능이잖아요. 그러기 때문에 축제 말고 다른 뭔가를, 아예 다른 차원에 뭔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부 발제 및 토론. 축제의 지속성과 구조의 문제

정찬일                                  이번에는 제가 발제하겠습니다. 축제라는 게 해왔던 걸 보니 지속한 게 없더라고요. 꾸준하게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축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지역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나 합의가 필요한데 지금껏 사업적 방안에서만 축제가 기획되다 보니까 사람들이 쉽게 동의를 하기 힘들어하고, 그렇다고 진행 과정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없고요. 이런 부분이 아주 아쉬웠습니다. 말 그대로 성과주의입니다. 사람 많으면 최고라는 생각이 오늘날 사람들이나 공연자들이 만족하는 내실 있는 축제를 이루어 내지 못하고 기대효과를 위해 가버리니까 아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관객을 우리가 수단으로만 볼 것인가, 무언가 직접 참여를 해서 축제를 같이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볼 것인가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축제에서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 프린지 축제에서도 예술이나 이런 부분들이 독점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시와 재단의 한계도 있습니다. 시장이 바뀌거나 재단 이사장이 바뀌면 재검토되는 현실이 지역 안에서 광주 문화판에 대한 자기적 전망이나 관점을 갖기 어렵다는 거죠. 솔직히 광주 안에서 우리끼리 뭔가 사회적 합의를 해서 광주의 문화 발전에 대한 전망을 같이 세우고 어떤 시장이나 어떤 대표이사가 와도 이 부분은 따르게끔 하는 이런 정책이 됐던 헌장이 됐던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30년, 50년, 100년을 같이 내다볼 수 있는 광주 문화판에 이런 부분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은 광주프린지페스티벌에 관해서 이야기 보겠습니다. 광주프린지페스티벌 사업 공모안을 보면 전당과 양림동 주변 활성화입니다. 저는 이게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도대체 활성화를 무엇으로 규정지을 것이냐? 사람들이 많이 오면 활성화되었다고 할 것인가? 공간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아시아 문화전당’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어떤 것이냐를 사람들하고 나누는 데 집중이 되어야 하는데 활성화라는 이런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까 어중이떠중이 다 모여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적의식 없는 행사들이 많이 펼쳐지지 않았나 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축제라는 것이 준비, 실행, 후속 작업이 유기적으로 결합이 되어야 하고 참여자와 실행자가 서로 피드백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아 행사 치러 냈다’ 이러고 있으니 자신을 깎아 먹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행사날이 두려워지는 방식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저희도 한 달에 한 번 푸른 길에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한 달에 한 번 준비해서 하기도 힘든데 매주 진행하는 것은 진짜 고혈을 짜는 행위 같습니다. 그래서 제언을 한다면 관에서 주도하든, 민에서 주도하든 한번 장단점을 따져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5·18 전야제를 37년째 하고 있는데 해오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까? 하지만 5·18 전야제 같은 경우에는 정치인도 세우지 않고, 시나 관을 배제하고, 민간에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전통문화연구회 얼쑤’의 ‘광주 문화예술난장 굿판’도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런 행사처럼 자생력 있고 오래갈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 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런 단체들이나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같이 자생적으로 축제들을 동네에서 만들고 이런 축제들이 다시 시내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갑자기라는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작은 축제들이 활성화가 잘되고 자연스럽게 밖으로 흘러나와서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한마디로 물 흐르듯이 연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페스티벌에 배제되거나, 그들만의 잔치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광주 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문화 마실’을 보면 한 달 내내 행사로 꽉 차거든요.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을 하면 오히려 극장에 사람이 없어요.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유입되는 게 아니라 기존 관객을 빼앗오거든요. 이런 부분도 서로 조율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프린지라는 곳에 와보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하는데 배제되거나 가보기 싫은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심정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걱정입니다.

한석중                                  계량화된 성과주의가 문제인 것 같아요. “10만이 다녀갔네” 이런 성과주의만 조금 벗어나도 매우 많은 부분들이 해결될 것 같습니다. 성과주의가 무서운 게 어떡하든 성과를 빨리 내려다보니까 다른 것을 가져오게 됩니다. 잘된 것, 우수사례, 아니면 유명한 감독을 그대로 똑같이 그 인력까지 가져다가 재탕하고 지역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이 사라져 버리는 거죠.

한재섭                                  정찬일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문화헌장’ 부분을 충북에서 만든 예가 있습니다. 문화예술 향유자인 시민들과 문화예술단체, 공무원들이 협의해서 창조적 참여, 문화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등을 담은 11가지 조항을 만들었어요.

정찬일                                  광주도 이런 조례가 제정되어야 합니다. 시장이든 재단 이사장이든 함부로 바꾸지 못하게요.

윤수안                                  성과주의가 최근에 가장 큰 이슈가 됐던 것 중 ‘아시아 문화전당의 예술영화 파동’도 있습니다. 전당의 라이브러리파크에 극장 3이라는 공간이 있거든요. 웃긴 게 그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데요. 그래서 뭐가 있을까 하고 보니 영화가 품을 조금 덜 들이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콘텐츠인 거죠. 영화는 틀어 놓으면 되니까요. 그래서 어떤 영화를 상영할까 하고 보니 그래도 전당이 예술을 하는 곳인데 상업영화만 틀 수는 없고 예술영화를 틀어보자 하는 거죠. 예술영화를 상영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려면 대중적인 예술영화를 상영해야 하는데 ‘광주극장’과 콘텐츠가 겹치는 거죠. 그 생각이 전당의 상부에서 나온 거고, 그것을 집행하려고 했던 관련 부서가 여기저기 의견을 타진한 것이죠. 그래서 서울의 한 예술영화 배급사에서 내려와 전당에 비즈니스를 한 거예요. “예술영화 수요가 많습니다. 그러니 이곳을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하면 어떠냐….” 그 말에 혹 넘어가 버린 거죠. 그래서 이 사단이 벌어진 겁니다. ‘광주극장’이나 저희 영화인들은 일단 콘텐츠가 중복이 되잖아요. ‘광주극장’을 전혀 생각을 안 하는 거죠. 그리고 전당이 전혀 철학이나 방향성이 없다는 것, 그냥 사람 많이 끌어모으면 된다는 식이에요. 사람들이 많이 온다면 상업영화도 가능하다는 거예요. 라이브러리파크 극장에서는 전당이 그동안 많이 수집해 놓은 아카이브나 실험영화, 민속영화 같은 것들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상영하면 되는데 그러면 사람이 안 온다는 것….

임인자                                  열심히 하면 오죠.

윤수안                                  그러니까요. 그 열심히 한다는 자체를 생각을 안 하는 거죠. 열심히 해야 하는 직원들과 전문가가 필요한데,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거죠. 그냥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죠. 심지어는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때 관련 부서의 과장이 자신은 위탁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죠. 만약 여기서 제동이 안 걸린다면 이런 식으로 전당 전체를 운영할지도 모릅니다. 테마파크가 들어올 수도 있는 거고요. 이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성과주의예요. ‘몇 명 왔냐?’ 그걸 엄청나게 중요시하는 거죠. 라이브러리파크 팀원들도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있어 혼자서 왔다 갔다 돌면서 카운팅 되게 한다고 합니다. 전당 체계 자체가 문체부 공무원들이 문화원 전문가들보다 위에 있어요. 행정이 더 위에 있다 보니까 행정이 계속 쪼면은 본인들의 방향성을 제시 못 하는 겁니다. 해도 묵살해 버리니까요. 아주 이상한 구조예요. 나중에는 상업영화도 상영할 수 있게 그렇게 할 생각이더라고요. 그럼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영화상 영하는 것과 전당이 하는 역할이 뭐가 다르냐는 거죠.

임인자                                  관주도로 직접 사업을 하기에 앞서 무엇이 공적 역할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국립이라고 해도) 지역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뿐만 아니라, 광주문화재단의 경우도 직접 사업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작 기관, 지원 기관들에서는 어떻게 생태계의 근간이 될 수 있는지, 공적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주면 좋겠습니다. 축제 역시 그 자체로 중요한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관주도의 행사들은 생태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문화의 변화 보다는 행사 치루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 우리들의 진단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석중                                  좀 더 많은 이야기가 계속 오가면 좋겠지만 오늘은 여기서 정리를 하겠습니다. 오늘 못다 한 이야기는 저희 광문네 카페에 들어오시면 이슈 게시판이 있습니다. 그곳에 오늘 이야기한 것 중에 더 깊이 다루어보고 싶은 이슈를 올려주시면 그곳에서 댓글을 통해 공론화하고, 이런 것들이 모여 담론이 형성되면 우리 단체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거나 공청회를 여는 등으로 발전하고, 행동할 수 있는 모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장시간 토론에 임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 한석중((사)전통문화연구회 얼쑤 사무국장)/편집부

 


참석자
정찬일 (놀이패 신명 대표,
광주문화예술인네트워크 대표)
윤수안 (필름에이지 대표, 독립영화감독)
한재섭 (미술평론가)
한석중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사무국장)
한은주 (독립기획자)
김순석 (오월후 대표)
김태균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임인자 (소년의서 대표, 전 변방연극제 예술감독)


1       이 좌담은 광주문화예술인네트워크 주최로 2017년 7월 19일 19:00~21:30, 광주독립책방 ‘소년의서’에서 열린 좌담입니다. <비평지>를 창간하기 위해 함께 모였고, 그 후에 공론화 장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곳 <행진 : 지역공연예술비평플랫폼>은 이러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창간되었습니다. 창간 배경이 된 목소리들을 여기에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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