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 ‘구토’

이상호 ‘구토’

“나는 이같은 놈을 가장 싫어한다. 차라리 노동자 농민의 자식이라면 내가 참는다! 느그 집안은 웃겨분 집안이구나 – 느그 아버지는 전두환 뽑아 놓고 너는 전두환 물러나라고 하냐?” 86년 화염병을 던지다 잡혀간 동부경찰서에서 잔인한 폭력을 가하던 경찰이 그에게 한 말이다. 영암에서 주조장을 할 만큼 부유했던 그의 아버지는 살인자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만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었다.

빨치산의 아들이 독재자의 시녀가 되고, 토벌대의 딸이 민주 투사가 되는 역사, 이런 역사의 모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망각하거나 도피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뻔뻔해야만 정신 나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상호는 지나치게 정신이 맑았다. 결국 아버지가 죄인이라는 생각을 부인할 수 없었던 그를 정신적 혼란과 착란이 덮치고 만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87년 6월 항쟁 동안 그는 쉬지 않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판화를 팠다. <깃발 든 사람> (고무판, 1987)을 따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중앙로 전투> (고무판, 1987)에서 조차 그는 <통일염원도> (목판, 1987)에 몰입한다. 시대의 부조리와 작가 내면의 부조화가 중첩되면서 이상호는 <구토> (고무판, 1987)에 시달리며, <그만 좀 쫓아와라> (고무판, 1987)고 외치지만 무자비한 폭력은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 마지막 남은 힘으로 이상호는 <죽창가> (목판, 1987)를 금남로 한복판에 새긴다.

-박구용, ‘상처 입은 천사의 사회적 표현주의’, 이상호 첫번째 개인전, 역사의 길목에 서서 中

이상호_ 구토, 고무판화, 28×20cm,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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