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과 을지로는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다

재개발로 인한 ‘중일사’ 폐업 안내문 ⓒ리슨투더시티

청계천과 을지로는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다

서울시는 제1의 젠트리파이어

많은 예술가들이 청계천과 을지로의 장인을 존경한다. 청계천이나 을지로에 무엇을 의뢰하든 며칠 만에 뚝딱 나오는 그 신속함과 해결 능력도 존경스럽지만, 한결같이 자신의 일을 해온 그들의 노동은 숭고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 이들의 노동과 기술과 시간이 녹아있는 장소가, 땀을 흘리지 않는 자들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 공간이자 제조공업 생태계인 곳을 아파트를 위해 철거한다니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미광칠이라는 공장은 철 도색을 전문으로 하는 공장이다. 청계천에서 공장을 85년부터 운영해온 유일한 여성 장인 노영란 사장님은 청계천 재개발(세운 3-1, 4,5 구역)로 인해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은 혼자 공장을 세우고 일을 배우며 아이들을 키웠다.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의 문을 갑자기 닫는다는 일은 상실감을 넘어있었다. “어디로 가냐고 묻는 게 너무 싫어요. 이 감정은 당해보지 않고는 몰라요.”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 공장은 금속에 도색을 하는 일을 하는데 다시 허가를 얻는 절차가 까다롭고, 기계를 옮기고 다시 새 지역에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일을 줄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없어 어렵게 폐업을 결정했다. 노영란 사장님의 나이는 55세이고 아직 일을 해야 하는 나이이다. 아직 사장님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1982년 4월 20일에 청계천에 처음 와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이금상 사장님은 환풍기 전문가이다. 전화로 이야기만 듣고도 손님들이 원하는 사이즈와 사정에 맞게 바로 제작이 가능하다. 이금상 사장님도 마찬가지로 이주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짐만 창고로 옮기기로 했다. 사실상 폐업과 마찬가지이다. “내 나이가 74인데, 평생 청계천에서 일했는데 갑자기 나간다니까 기가 막힌 거지.”라면서 허탈해한다. 이번 청계천 재개발로 쫓겨난 영업장은 약 400개이고 폐업률은 10%이다. 한 번에 이 많은 상인들이 가게를 이주하게 되자 주변에 비어있던 상가들도 권리금이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까지 생겼고 월세가 급등했다. 그나마도 구하지 못해서 근처 창고로 짐만 급하게 옮긴 상인도 대다수다. 청계천의 상공인들은 청계천의 산업생태계 때문에 이 근처를 떠날 수가 없어서 월세가 비싸도 어쩔 수 없이 근처로 이주했다. 그러나 이 모든 구간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있어 언제 다시 철거당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청계천, 을지로 주변이 재개발 구역으로 묶인 지는 오래되었지만 누구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철거가 진행될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이 구역의 상공인들 중 90%가 세입자이기 때문에 재개발 소식을 제대로 접할 수 없었고, 세운상가 도시재생 사업으로 그 주변도 재생 사업이 되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운 재개발 촉진지구는 원래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는 공원을 만들고, 주변에는 고층빌딩을 세우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 악화, 종묘 UNESCO 등재와 같은 변수가 생기면서 개발을 할 수 없었다.

2015년에는 서울시가 세운상가를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여 재생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상인들, 세운상가에 입주한 메이커들과 예술가들은 세운상가 주변 지역을 모두 재생사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환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세운상가’만 재생사업을 하고 그 외 지역은 전면 철거하여 아파트를 세우는 사업이었다. 백남준 작품의 테크니션으로 알려진 세운상가의 이준상 장인은 “세운상가는 청계천의 일부일 뿐이다. 팔다리를 다 잘라버리고 여기서 무엇을 하라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세운상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메이커 스페이스’에 입주한 한 예술가는 서울시와의 면담에서 우리를 이용한 것이냐고 항의했다.

다시세운, 모더니즘 도시계획의 한계

세운상가 도시재생의 위기는 어쩌면 모더니즘적 도시 계획의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의 한 고위 관리가 2017년 세운 재생사업과 메이커 스페이스의 성공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세운상가에서 내려다보는 청계천 변 철공소 지붕이 너무 낙후되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분이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 발언은 청계천이 재개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지금 청계천의 문제는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새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던 모더니즘 도시계획의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하지만 그 시선은 여전히 도시 계획의 주류이며, 폭력으로 도시의 다양성을 억압하고 있다. 청계천 을지로를 이해하려면 골목을 걸으며, 그 안의 우주와 같은 장소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진정한 도시재생은 새의 시선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그 주변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을 때 가능하다.

아이리스 영(Iris Young)이나 레오니 샌더콕(Leonie Sandercock) 같은 페미니스트 도시 계획가들은 가치가 획일화된 신자유주의 도시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도시 문제를 중층적으로 사고하려면 지역, 젠더, 연령, 역사 등 사회적 맥락을 살펴야 하며 진실이란 주변화된 자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문제를 하나의 처방전으로 해결하려는 방법은 너무도 진부하고 위험하다. 아파트나 새 건물 공급만이 좋은 도시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서울의 문화유적이 대거 사라졌다. 또한 재개발은 공공사업으로 분류되지만 공공사업이라고 하기엔 공공성이 낮다. 재개발로 서울 주택보급률은 96.3%로써 거의 1인 1주택이 가능하지만 주택 소유자는 50.4%에서 45.7%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즉 뉴타운 사업을 하면서 강남에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이 강북에 집 하나 더 산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재개발 사업의 한계를 인정하였고, 박원순 시장은 300개가 넘는 재개발 지역을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전면 재개발보다는 도시재생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이란 모호하기 짝이 없다. 리모델링하는 사업도 재생이고, 전면 재개발도 재생으로 포함시켜 얼버무려버렸다. 세운상가의 문제는 예견된 모순인 셈이다.

도시는 상상하는 자들의 것이다

청계천 재개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예술가, 연구자들이 생기자 상인들의 목소리를 모르쇠 하던 서울시와 중구청은 이제 대안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내놓은 대안은 확고하다. 청계천 상인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가 없다. 이 지역을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지정하여 낡은 건물을 보수하고 공용화장실을 확충하고, 일부 개조한 건물에 박물관과 4차 산업 및 스타트업 기업을 입주시켜 그들이 가진 기술이 전수되기를 원한다. 서울시는 이곳에 아파트를 짓고 지하에 대체 공장을 지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주거공간과 공장은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다. 결국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상인들은 내쫓길 수밖에 없다.

일부는 재개발을 어찌 막냐며 괜한 기대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도시권은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감히 우리가 재개발이라는 국가 폭력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상상 그 자체이다 (Lefebvre 1974; McCann 1999; Miraftab 2009). 르페브르는 도시권의 의미를 도시의 상품화를 거부하며, 공간의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를 중요시한다고 설명한다. 도시권은 도시를 둘러싼 의사결정에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권리이고, 획일화되는 도시에 대한 차이의 권리이며, 저항할 권리이고, 시민이 아니라 거주자로서의 권리이며, 도시 중심부에 대한 권리이다. ‘청계천 을지로 보존 연대’는 청계천, 을지로에서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발견하고자 한다.

글/사진.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listentothecity.or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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