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선임 관련 논란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선임 관련 논란

ⓒ비상대책위원회

거리극을 이름에 내건 국내 최초의 공연예술제

2005년 경기도 안산시에서 개최된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국내에서 ‘거리극’을 축제의 이름에 내건 최초의 공연예술제로 시작되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의 설립과 함께 공연장을 즐겨 찾지 않던 이들도 열린 공간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야외 곳곳에서 거리극 공연을 선보였다. 이후 축제는 점점 성장하여 안산문화광장 일대를 주요 무대로 매년 수십 편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약 칠십만 명의 방문객들이 찾는 장이 되었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거리예술축제로 자리 잡았다.

거리극축제의 지속성과 전문성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주관하는 안산문화재단은 조직 내에 축제사무국을 두고 매년 축제의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영해 왔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축제를 관리할 때 외부 발주를 최소화하고 재단의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서서 축제를 직접 운영한다. 축제의 규모나 방식을 보았을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그 수고와 고생만큼이나 축제를 운영하는 내공과 노하우들이 쌓여 축제의 든든한 자산이 되었다.

이러한 재단의 끈질긴 태도와 사업의 지속성이 축제가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거리예술 분야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축제의 질적인 완성도를 유지하는 일 역시 중요한 한 축이었다. 축제의 작품들을 선별하고 책임지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예술감독’, , 축제의 컨셉을 찾아내며 매년 발전시켜 정체성을 축적해 나가는 ‘연출이자 기획자로서의 예술감독’의 역할이 필요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예술감독은 주로 공연예술 분야의 전문가, 거리예술 분야에서 활동해 온 기획자, 연출가들이 맡아 왔으며 임기는 최소 1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였다.

이들은 국내의 거리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와 예술가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축제에 적합한 작품을 초청하고 배치하며, 전문가로서 해외 거리예술축제에 참여하여 작품들을 직접 보고, 우수한 공연들을 섭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들이었다. 매년 축제에서는 예술감독이 중심이 되어 국내외 거리예술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섭외하거나, 공동제작 등의 방식으로 작품을 새로이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해 왔다.

새로운 예술감독의 선임

2018년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마치고, 안산문화재단은 예술감독의 임기 종료와 함께 신임 예술감독을 선임하기 위한 공모를 시작했고, 지난 10월 24일 2019년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예술감독으로 배우 이광기를 선임했다. 당시 예술감독 공고에 명시되어 있는 자격 요건은 일반적인 사항을 제외하면 다음과 같다.1

안산문화재단에서 말하는 이광기 씨의 선임의 배경은 “30년 이상 스크린에서 활동해 온 배우이자, 월드비전 자선행사,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을 기획, 연출하며 문화기획자로 활동해 왔으며, 특히 다양한 국제문화 콘텐츠 경험과 폭넓은 대외홍보력이 장점”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술가들,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거리예술계뿐만 아니라 공연예술계, 축제계에서 선임된 이광기 씨의 활동을 아는 전문가들이 극히 드물고, 기획자로서의 그의 활동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혹여 예술감독으로 선임되기 전 안산시의 관광홍보대사로 활동을 한 2개월의 경력이 보탬이 되었을 수 있겠으나, 이 역시 축제 예술감독 공모 계획이 수립되던 시기와 안산시의 홍보대사 임명 시기가 맞물려 있어,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문성에 대한 의혹, 이어지는 반대의 목소리들

이러한 논란들로부터 지난 11월 초, ‘거리예술을 지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긴급 포럼을 제안하여 예술분야 종사자 및 축제 종사자들이 모여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예술감독 선임 건을 꼼꼼하게 살피고,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듣는 시간을 가졌다. 사단법인 한국거리예술협회에서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선임의 불공정성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협회 회원, 예술인 및 일반 시민 430명이 이에 서명하였다. 이어 한국축제감독회의에서도 축제 감독 24인의 성명서를 발표하여 예술감독의 임명철회 및 축제 상설 추진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모아져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되었다. 이 페이지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목소리들을 모으고, 이어지는 행동들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였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비상대책위원회는 예술감독 위촉 과정의 불공정함에 이의를 제기하며, 심사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부적격 인사를 선임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총력을 다 하겠다고 밝히며 축제의 주인인 시민, 자원활동가, 예술가, 축제 종사자로서 불공정 인사로 인해 발생 가능한 축제의 정체성 훼손에 대해 우려하며 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움직임들이 지향하는 바는 지역의 예술축제가 지닌 가치와 공공성에 대해 공론화하고, 축제의 추진 과정과 조직 운영이 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이 공공성을 구축하는 기본 요소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산문화재단과 안산시에 해당 건에 대한 공정성 여부를 묻기 위하여 안산시 민원 창구 및 안산문화재단, 국민 신문고, 감사원 등에 사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심사 과정 및 정보 공개 요청을 진행하였으나 대부분의 자료가 공개 불가 통보를 받았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안산문화재단과 안산시 문화예술과,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등에 신임 예술감독의 경력이 공개적으로 제시한 응모 요건에 합당한지 공개적으로 질의를 하고 공문 등을 통하여 입장을 전달하였으나 명쾌한 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이 사태에 대해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은 11월 27일 안산에서 시민과 지역 예술가들을 만나는 장을 마련하여 사태를 더욱 공론화하고자 하였다. 이날은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계약직 직원 채용 면접을 진행하는 날이기도 했다.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안산을 찾던 예술가들이 축제가 아닌 시기에 이렇게 많이 안산에 모인 것은 오랜만이었다.

예술가, 축제 종사자들의 옐로우카드

11월 14일부터 예술가들의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보이콧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축제에 경고의 의미로 옐로우카드를 던지는 의사를 표하여 각자가 기억하는 축제에 대한 이야기들과 함께 축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공정성 여부가 밝혀질 때까지 축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었다. 12월 25일 현재 총 40개의 단체 및 개인들이 이에 참여하였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의 역할을 하는 국내 공식참가자 공모가 진행되고 있던 시기여서 이 움직임의 파장은 제법 컸다.

일부는 거리에서 서명 활동을 시작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받기 시작했다. 12월 3일에는 예술감독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는 1인 시위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12월 25일 현재, 약 52명의 참가자가 시위를 릴레이로 맡아 왔다. 또한 강추위가 예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2월 8일에는 예술인과 시민들이 모여 안산 중앙역에서 축제가 개최되는 안산문화광장까지 행진하는 공동예술행동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에 먼저 반응한 것은 시민들과 언론사2였다. 1인 시위의 피켓 앞에서 질문과 우려의 의견을 전하는 시민들, 그리고 사태에 대해 면밀히 알아보고자 취재에 나선 언론사의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이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했다. 언론에서는 축제가 안산과 국내 예술계에 미치는 중요성을 말하며 공공기관의 예술행정, 리더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러 의혹들을 제시하였다. 윤화섭 안산시장이 이광기 씨에게 예술감독직을 제안하였는지 등의 여부, 시장과 이광기 씨와의 친분 등에 대한 의혹 등이 주된 내용이었으나, 거리예술과 축제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무엇인지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 등이 남기는 아쉬움들도 언급되었다.

 

“안산문화재단과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사랑해왔던 창작자 그룹 그리고 시민으로서 요청합니다. 축제 예술감독 선임 공정성, 모든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공개적으로 열람이 가능하도록 작품공모 이전에 공개하여 명확히 설명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자료 공개가 작품 공모 이전에 선행되지 않을 시 앞으로 안산국제거리극축제와 작업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행동은 예술, 그리고 전문성에 대한 공권력의 무지와,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온 축제를 자신 소유의 것으로 여기는 행정수장의 방만함에 대한 일침입니다.”

“2018년 안산거리극축제가 열리는 광장에서 관객들과 시민들에게 ‘역사를 잊은 시민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예술축제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치단체장이 밀고나간 반예술적 축제진행과 불공정한 인사행정은 ‘결국’ 축제를 망하게 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술가와 시민들이 받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이후를 살아가는 저희가 소망한 것은 공정하고 투명하고 안전한, 원칙이 통하는 공동체였습니다. 그러나 안산문화재단과 안산시는 작품에 개입하여 공연 내용 수정을 요구하면서 정치적 검열 논란을 야기한 바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비민주적 비예술적 처사가 이번 예술감독 선임과정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목도하며 다시 한번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 예술가들의 옐로우카드 선언 발췌

행정적 무오류로 감추어진 공정성과 전문성의 문제

안산문화재단에서 공개한 면접 심사표3에 의거하면 아래의 사항들이 주요 배점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가적 능력이 30점으로 가장 중요한 배점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광기씨의 경력으로 언급된 것들 중 일부를 살펴보면, 이광기 씨는 DMZ국제다큐영화제 홈페이지상 조직위원회 소속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조직위원들을 살펴볼 때 조직위원장은 경기도지사, 영화계 조직위원 3명, 학계 및 협력기관인 은행 장 등의 조직위원 5명, 유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적인 프로그램에서의 영향력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일반 공연예술제에서 예술감독이 하는 역할은 이 영화제에서 2018년 조명진씨가 맡았다. 이광기씨의 역할은 미투 사건 당시 물러난 배우 조재현 씨를 대신하여 3개월 간 권한 대행을 맡았던 것으로, 당시 이광기 씨가 대행을 맡는 것을 두고도 독립영화계에서는 반발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역시 이광기 씨 개인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후임 집행위원장에 대한 투명하고 민주적 선임 절차 요구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안산시와 안산문화재단은 이에 대해 행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또한 축제를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적 역량에 대한 의견은 명쾌하게 들을 수가 없었다. 이전 같았으면 예술계의 목소리에 친구처럼 반응하고 함께 고민해왔을 안산시와 안산문화재단, 두 동료 기관이 침묵으로 목소리를 대신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들을 다소 감정적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아껴오던 이들의 목소리만큼은 진실하게 전달되었으면 한다. 누가 예술감독이 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축제는 지속될 것이라는 안산문화재단의 태도 역시 지금까지 이어온 축제의 지속성과 전문성에 대한 충분한 사려가 없었던 것으로 느껴질 뿐이다.

사태에 대해 움직임을 이어오고 있는 예술인들은 계속해서 행동과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보이콧 이외에도 저항의 의미를 담은 대안 축제를 기획하자는 목소리부터, 공공의 예술행정 방식을 암암리에 묵과해왔던 시간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들도 있다. 일부는 거리예술축제에서 말()축제로 변질된 과천축제의 사례를 기억하며, 비전문가에 의해 기획된 축제가 진부한 문화 ‘관광’ 축제로 전락할 것을 염려했고, 지역의 이미지와 예술계, 상권이 동반 몰락하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또한 공정성과 전문성이 없는 축제의 조직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운영이 예상된다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우리의 목소리는 공공 예술행정의 불공정에 대한 것이고, 예술축제의 공공성에 대한 것이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많은 것들 덕분이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밖에 없고,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질문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에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이 싸움을 지속한다. 앞으로의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다시금 참여하고 싶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도리어 안산시와 안산문화재단에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긴 겨울이 깊은 고민과 논의의 시간이 되어 축제와 예술계가 한 걸음 더 성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다린다.

글. 임현진 (독립기획자,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비상대책위원회)

myunzee@naver.com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

안산회동 ⓒ비상대책위원회


1     * 국제 및 전문단위 축제 및 문화예술 행사 경력이 있는 자

      * 공연예술 및 축제에 대한 기획력과 추진력을 갖춘 자
      * 외국어 구사능력(영어, 불어) 가능 자 및 국제교류 업무 경력자

2      거리 예술인들이 “NO 이광기”를 외치는 까닭 (노컷뉴스)
        낙하산 인사 논란 겪는 안산문화재단, 예술가들 옐로카드 꺼내들어 (뉴스페이퍼)
        2019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불공정 선임 놓고 논란 (아시아뉴스통신)

3      *자기소개서 및 직무수행계획서의 충실도 / 10점

*작성 내용의 충실도,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 대한 이해도, 축제 기본 방향 및 추진 목표 전문가적 능력 / 30점

*거리예술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거리예술분야의 과제수행업적 및 포상실적, 거리예술축제 감독으로서의 수행능력, 직무와 전공 및 경력의 연관성, 우대 자격증(외국어 포함), 연구논문 및 저서 등 기획의 참신성 / 25점

*축제의 비전 제시 및 혁신 지향 능력, 전략적 사고 및 전략 수립 능력 실행 가능성 / 15점

*문제에 대한 사전예측 및 예방조치 능력, 유동성, 정확성, 정당성, 전체적인 예산운영 능력등 사업추진역할 / 20점

*공연단체 및 관련 관계자들과 공감대 형성 능력, 축제사무국 직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 기타 축제 관련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