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그리고 또 산” – 어렵게 이루어낸 ‘인천문화재단 6대 대표이사 후보 직무계획서 공개발표회’를 경험하며

인천문화재단 6대 대표이사 후보 직무계획서 공개발표회 ⓒ 오석근 작가 제공

“산 넘어 산 그리고 또 산”

– 어렵게 이루어낸 ‘인천문화재단 6대 대표이사 후보 직무계획서 공개발표회’를 경험하며

2019년 1월 22일 인천문화재단 칠통마당 생활문화센터 2층에서 인천문화재단 6대 대표이사 후보 직무계획서 공개발표회가 있었다. 총 14명이 신청한 가운데 1차 서류심사를 거쳐 5명의 후보가 선정되었고 이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직무계획서를 시민들 앞에서 발표하였다. 현장에는 지역 미디어에서부터 얼마 전 조직된 인천문화재단 노조 그리고 지역문화예술계 인사 등 약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지역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발표회 이후의 절차는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인천시 2인 추천, 시의회 2명 추천, 재단이사회 3명)가 다섯 후보에 대한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 2인을 선정한 다음 재단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박남춘 인천시장이 최종 1인을 대표이사로 선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번 직무계획서 공개발표회는 지역문화예술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재단의 독립성 확보, 지역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하는 문화자치의 실현 그리고 관료화된 재단의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요구한 제안 중 하나로 ‘투명하고 민주적인 대표이사 선출’을 위해 이뤄진 자리이다. 또한 2017~2018년 지역문화예술계의 생태계와 인천문화재단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해 지역예술인들의 강한 사퇴요구와 시의회의 비판으로 인해 사임한 최진용 전 대표이사의 선례를 통해 대표이사 선임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강조되어 왔다. 최 전 대표의 사임이 후 지역문화예술인들은 민주적이고 투명한 대표이사 선출과 관련한 성명서를 거듭 내었고 마침내 인천시, 재단과 함께 다음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 인천문화재단의 조례와 정관 하에서는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의 결정 아래 직무계획서 공개발표만이 가능한 조건이었고, 우리는 우선 이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추후 건강한 새 대표이사 선임 이후 지역예술인들, 인천시 그리고 재단이 함께 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정관 등을 함께 전면 재검토하고 개정작업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험난했던 지난 세월에 비하면 대표이사 후보의 직무계획서 발표는 아주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어렵게 이루어낸 변화이기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기대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자리가 지역 문화예술의 자생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축제이며 ‘지난 15년간 이뤄진 재단의 행사 중 제일 즐거운 자리가 아니냐’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부터 ‘왜 후보자에 대한 시민의 질의응답이 불가한가’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한 발표회 이후 많은 지역예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각 후보의 직무계획을 평가하고 검증하고 예측하는 모습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였다. 직무계획서 공개발표회의 다음 날인 23일 한 지역 매체를 통해 기밀이어야 할 최종 후보 2인의 리스트가 유출되어 기사화 되었다. 이 문제도 매우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장의 시민 평가와는 전혀 반대의-대표이사에 부적합한 것으로 목소리를 모았던-2인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최종 2인 후보의 문제를 간략히 따지자면 먼저 전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인 최병국 후보는 인천미술협회소속으로 유정복 전 인천시장 지지선언으로 인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다. 또한 그의 이력 역시 문화 행정가로서의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비전 그리고 소통 능력의 부재로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들과 크고 작은 다양한 마찰을 유발시켜온 전력이 있다. 또한 그가 인천아트플랫폼 재직 당시 입주작가 관련 미술계 내 성폭력 폭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입주 작가들의 개선, 방지 의견을 묵살하며 아무런 대응 없이 사건을 묻기에만 급급했던 사례가 있다. 게다가 인천아트플랫폼 관장 이전의 이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동시대 문화예술계에 빠르고 유연하게, 혹은 혁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지 과연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최병국 후보는 여러 가지 논란으로 물러난 최진용 전 대표이사에게 재선임 되지 않자 이후 박남춘 캠프의 문화특보로 발 빠르게 전향한 사실이 있어 ‘자신의 무능력함을 정치적인 행보로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인물이다.

광명문화재단의 전 대표이사 김흥수 씨 또한 임기 내 지역문화계와 소통하지 못하고 광명문화재단을 시정을 펼치는 도구로 삼아 원성이 분분했고, 특히 엄중하고 공정해야 할 인사채용 비리 논란과 국비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의 문제를 일으켜 많은 논란이 있었던 후보이다.

이렇게 간략하게 살펴보기만 해도 두 후보 모두 인천문화재단의 전임 대표이사들로부터 불거져 왔던 논란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과오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자질이 부족한 두 후보 중 누군가가 인천 문화예술을 이끌어 가야 할 문화재단의 대표이사가 된다면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 위태로운 문화재단과 낭떠러지에 걸쳐있는 지역문화예술계의 현안들을 지역예술인들과 함께 해결할 수 있을까?

현재 시스템상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는 오랜 시간 누적된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상처와 현재 인천의 문화예술지형 그리고 재단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문화예술의 주체들과 함께 현실을 극복하고 개혁하기에 적합한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 공모, 심사, 선정해야 한다. 모든 것을 면밀하고 공정하게 판단하고 선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추천위원들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각각의 후보들을 검증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들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혹은 다른 이유로 그 문제들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오랜 시간 낙하산 인사로 지역 문화예술계에 악영향을 미친 인천시 조차 이번만은 반드시 민주적인 선임 절차와 재단의 정상화를 위해 그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황 아래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결국 검증능력 없는 추천위원회의 전문성과 의도를 의심해 봐야 하며 또는 다른 목적 아래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움직였다고 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의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시스템의 가장 비민주적인 부분 즉 추천위원회의 명단과 심사내용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인천시 2인, 시의회 2인, 재단 이사회 중 3인으로 구성된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는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성향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선 추천위원회의 구성원과 그들이 선정한 이 후보들이 최종에 오르게 된 자세한 이유를 밝힘은 물론, 누가 어떤 이에게 몇 점을 줬는지조차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차후에는 현재의 추천위원회 제도를 폐지하고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대표이사를 꾸리거나, 추천위원회를 견제할 수 있는 시민참여 방식을 취해야 한다.

왜 언제나 상식은 통하지 않는가? 왜 벼랑 끝의 지역문화예술계를 보며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 하는가? 왜 재단의 개혁을 원하지 않는가? 별거 아닌 작은 권력과 이득에 눈이 멀어 공공성을 저해하는 세력이 가장 공공적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시대에 역행하는 과거의 유령이 곳곳에 숨어 있다. 어떠한 결정이 내려져도 자신들의 욕망을 숨길 수 있는 이 익명의 시스템. 본인의 결정이 공정하고 민주적이고 떳떳하다면 왜 자신과 자신의 평가와 선택을 숨기는지 나는 여전히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이 작은 어둠 속에 지역문화예술계의 오랜 문제와 권력관계 그리고 이해관계가 응축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이 어둠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이곳에 빛을 비추는 순간 그들의 가면, 욕망 그리고 권력 관계가 하나둘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지금 SNS와 긴급성명서를 통해 두 대표이사 후보의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인천문화재단의 이사회는 추천위원단이 선정한 문제의 대표이사 최종 후보 2인을 별문제 없이 가결하였다. 결국 이사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책임과 권리가 이들에게 있지만 책임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그 모든 걸 이사장인 박남춘 인천시장에게로 떠안겼다.

<인천문화재단 이사추천위원회 설치운영규정> 제9조 4항에 따르면 “이사장은 재단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추천된 후보가 지방공무원법 제31조의 결격사유에 해당하거나 재단의 경영을 위해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위원회에 대표이사의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위원회는 지체 없이 대표이사 후보를 재추천하여야 한다.” 1월 28일 월요일 오전, 우리는 이 조항에 근거하여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두 문제의 후보를 반려하고 위원회에 대표이사 후보를 재추천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인천문화재단 노조와 함께 합동으로 열 예정이다. 부디 우리의 목소리가 효력이 있기를 빌어 본다.

끝으로 2013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인천의 건강한 문화예술생태계 위해 움직였던 대표적인 사건 및 활동 그리고 2018년 최진용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인천시와 재단에 요구한 우리의 요구를 적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근 미래에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다른 지역문화예술주체들과 문화재단에도 영향을 미쳐 함께 건강하고 민주적인 지역문화예술계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오석근 (사진가)

www.ohsukkuhn.org

 


【인천 문화예술생태계를 위한 예술가들의 활동 (2013년~2019년)】

2013년 /
⊙ 인천아트구락부 행사로 인해 촉발된
인천아트플랫폼 이승미 관장의 전횡 등과 관련한 발언과 시위

2014년 /
⊙ 인천 중구청이 주도한 ‘러시아거리 조성사업’ 반대 시위
⊙ 인천 중구청의 추진한 인천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반대 시위

2016년 /
⊙ 민주적이고 투명한
인천아트플랫폼 관장과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발언과 시위
⊙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의 총제적 부실 심의 및 의혹 선임에 대한 시위
⊙ 인천문화재단 운영의 독립성 확보와 문화자치를 위한 발언과 시위

2017년 /
⊙ 지역자생축제 사운드바운드 및 청년문화자치행사 청년문화대재전의 자생,
자치적 운영을 위한 시위
⊙ 인천 중구청장이 철거를 결정한 근대산업유산 애경사 건물 파괴 반대 시위

2018년 /
⊙ 민선 6기 유정복 시장의 도시문화정책 비판 및
6.13지방선거 인천광역시 문화 분야 10대 혁신정책 제안
⊙ 인천내항공유지 관련 도지재생사업 전면 재검토 및
상상플랫폼(원당창고) CJ CGV 대기업 특혜 반대 시위
⊙ 인천문화재단 최진용 대표 사퇴 및 개항장플랫폼준비본부 해체 등
인천문화재단의 운영 혁신을 위한 시위

【‘우리는 재단과 인천시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1.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물어 최진용 대표이사는 빠른 시일 내로 사퇴하라.

2.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물어 최진용 대표이사와 함께 선임된 박선홍 사무처장, 개항장 플랫폼 본부장 이주영 또한 사퇴하라.

3. 개항장 플랫폼 준비본부를 해체하고 대표이사의 독단적인 업무 추진에 적극 응한 팀장급 이상 직원들을 징계하라.

4. 인천문화재단의 실질적인 독립성 확보 및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문화자치를 위해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인천문화재단 정관 등을 함께 전면 재검토를 실시하고 개정 작업을 진행하라.

5. 인천문화재단이 시민문화자치에 기반한 모두의 재단이 될 수 있도록 운영구조의 개혁 및 이를 위한 TFT를 구성하라.

6.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선임하라.

7. 인천문화재단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직원 이사제를 도입(2명 이상)하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지역문화예술인(2인이상), 청년예술인(1인 이상)을 이사로 선임하라.

8. 지역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개항장예술축제 예산을 지역자생축제지원사업으로 변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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