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축제의 한계와 (불)가능성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중심으로)

ⓒ김성균

공공예술축제의 한계와 (불)가능성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중심으로)

2019년 1월 28일 ‘안산국제거리극축제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사)한국거리예술협회’ 공동주최로 ‘공공성을 향한 예술축제 포럼’이 개최되었다. 포럼은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태를 중심으로 ‘공공예술축제의 한계와 (불)가능성’을 주제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태 경과(발제: 권석린 연극연출가), 안산 시민의 관점에서 바라본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문제(발제: 이미경 안산시민, 공연예술가), 공공 기관 주최 거리예술축제의 성과와 한계(발제: 엄현희 연극평론가), 인천개항장예술축제와 인천문화재단의 사례(발제: 오석근 시각예술작가)가 발표되었다. 또한 토론 자리에서는 ‘신뢰 회복이 먼저인가? 축제 성공이 먼저인가?’, ‘예술감독의 선임 문제로 드러난 예술가의 전문성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기존의 축제를 평가하는 지표는 합당한가?’, ‘공공예술조직이 갖추어야 하는 인사의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을까?’, ‘공공이 주도하는 축제, 극장, 지역 등의 필연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참여자들은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직면한 문제는 안산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문제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상실한 공공 기관들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였다.

축제의 위기와 한계

평론가 엄현희는 ‘공공에서 주관한 거리예술축제의 성과와 한계’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1인 시위와 보이콧 선언, 거리 서명, 예술행동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 왔으나 안산문화재단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과 한차례의 소통 이후에 지속되고 있는 안산거리극축제의 태도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광기 예술감독 임명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후 약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안산축제사태’가 문제제기 이후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출구를 찾아가야 할 때이다. 출구 찾기에 앞서, 객관적인 입장을 가지려 노력하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심정적으로 거리예술가들 편에 서게 됨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거리예술가들이 이번 사태를 치루며 가장 상처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재단과 사무국은 잃을 것이 별로 없다. 올해 2019 안산축제는 이광기 예술감독 체제 하 매해 치러오던 대로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진행될 것이며, 축제의 변화를 시민들이 느끼게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부 거리예술가들은 작품을 선보일 소중한 기회를 잃었으며, 축제 측의 참여 독려 재공모에 따른, 앞으로 각 단체들의 입장 차이에 따른 내부의 분열마저 우려된다. 그동안 안산축제를 잘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해온 거리예술가들이 처한 이러한 상황은 부조리하다.” (중략)

“현재 ‘안산축제사태’에서 재단 및 축제의 사무국과 거리예술가들은 이광기의 예술감독 임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재단 및 축제의 사무국은 축제의 성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며 예술가들을 회유하고 있지만, 거리예술가들은 이미 선례와 경험에서 관광축제로의 전향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광기의 예술감독 선임과 축제 사무국의 인사, 언론에 발표되는 축제에 관한 내용들은 이러한 의혹을 합리적 의심으로 뒤바꾼다. 안산축제가 그동안 쌓아온 안산축제만의 노하우와 노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엄현희)1

엄현희 연극평론가는 또한 지역 축제에서 구조의 문제점이 결국 축제의 여러 가능성들을 불가능한 것들로 만들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을 지적했다. “축제가 지역 고유의 색을 얼마나 드러내는가, 즉 지역에서 발굴한 이야기나 사람들의 커뮤니티의 삶에 깊숙이 관여한 시도에서부터, 축제 현장에 모인 사람들과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흡하는가” 그리고 “다양한 예술 장르들이 축제를 통해 모인 만큼, 그것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거리예술의 가치 및 기존의 예술 작업의 영역을 얼마나 넓히고 있는지”를 살피며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비롯한 지역 축제의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그러나 “현재 대개의 거리예술축제들은 지자체와 문화재단, 축제 사무국이 축제를 주관한다. 이러한 구조는 지자체의 장이 바뀔 때마다, 문화재단의 대표의 선임과 더불어 축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 때마다 축제가 휘청거리는 것이다. 지자체의 수장들은 새로 임명된 후에 지역 축제인 거리예술축제를 놓고서 관광축제로의 전향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커피, 토마토, 산천어, 나비 등 특산물과 체험을 주제로 한 지역 축제들은 주변에 많다. 관광축제로 전향할 경우에 관광객의 유치에 따라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논리를 주장하며, 여태껏 난해하기만 한 예술이 삶에 어떤 도움을 주었냐고 시민들을 살살 설득한다. 시민들에게 설득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도 드물다. 소리 소문 없이 몇 번의 공청회를 여는 것이 전부, 축제에 관한 조례 사항들을 빌미로 반대하는 사람들을 힘으로 누른 채 거리예술축제는 그동안의 역사나 정체성과 아무 상관없이 난데없는 관광축제로 둔갑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예술축제였던 과천축제가 말을 주제로 한, 과천 누리마축제로 바뀌어 한동안 운영된 경로가 그러했다.”2라며 지자체장의 변화와 함께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는 축제의 위기와 한계를 지적하였다.

절차적 정당성이 과정상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2019년 1월 11일 안산축제비대위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이하 축제)와 안산문화재단(이하 재단)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안산문화재단은 본 사태에 대해 알고 있으며 예술가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는 있으나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예술감독의 선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으며, 축제는 이전과 같은 프레임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공모할 것이니 축제가 변화한다는 억측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실제 예술감독이 바꿀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고 축제 직원들의 노하우로 충분히 축제를 전과 같이 이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술감독의 선임 과정에는 행정적 문제가 없으며, 무엇을 밝혀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예술감독을 비교적 짧은 기간인 1년 계약직으로 뽑는 것은 재단이 원했던 바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문화예술계의 트렌드라고 답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안산축제 예술감독 선임으로 인한 예술가들의 대응(이하 사태)에 대하여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안산문화재단에 요청하였고, 안산문화재단은 1월 18일까지 공식 발표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안산문화재단은 직접 공개발표는 하지 않고 1월 18일 <간담회 개최결과에 대한 의견>이라는 서신에서 “예술감독 선임건에 대하여는 적법한 과정을 거쳐 선임되었음을 알려드리며 감사기관의 감사를 통해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면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무국의 이름으로 서신을 전달하였다. 결국 인사권자인 안산시와 안산문화재단은 ‘문제없다’는 의견 이외에 아무런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또한 비대위측은 이 서신을 기획감독을 통해 전달받았음을 밝혔는데, 기획감독 역시 일반 스탭들과는 달리 안산문화재단을 비롯 축제 사이트를 통해 공개 채용된 인사는 아니었다.

안산축제비대위는 입장문에서 “예술과 공공이 축제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다르더라도,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인사결정과 조직구성을 통해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방향과 내용을 맞춰나갈 수 있다. 그 내용은 납득 가능한 ‘결과’를 통해 증명하거나, 혹은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수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안산축제 사태에 대한 재단과 축제 측의 대응은 공공이 주최하는 예술축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었다. 예술에 대한 공공의 이해부족과 더불어 부적격자를 가려내지 못하는 행정시스템, 임명권자에 의한 무책임한 인사처리 등은 축제를 왜곡하고 변질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이며, 이를 통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안산의 시민들이다.”3라는 점을 분명히하고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하지만 안산문화재단의 태도는 여전히 문제없다는 태도이다. 안산문화재단에서 말하는 ‘과정’이란 무엇일까. 절차적 정당성이 과정상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국가와 지자체가 자금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지자체 및 문화재단이 소통과 합의의 시간과 노력 없이, 기계적인 공공성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이미경)

안산시민이자 공연예술가인 이미경은 ‘시민의 관점에서 바라본 안산국제거리극 사태의 문제’라는 발제에서 “이러한 사태의 발단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을 가졌을 때, 공공의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간의 ‘힘의 균형’에 주목하게 되었다.”라고 밝히며, ‘현재의 안산국제거리극축제사태는 축제를 생산하는 ‘예술가, 행정기관(지자체, 문화재단, 축제 사무국), 시민이라는 주체의 독립과 균형이 무너진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실제로 축제를 최종 생산물이라 본다면, 소비자인 시민의 사전 개입과 견제는 용이하지 않으며, 때문에 행정기관과 예술가 양자 간의 주도로 이루어진’ 축제의 현실에서 ‘어떤 주체들 간의 힘의 균형일까? 무엇을 위한 힘의 균형인가? 그렇다면 힘의 균형은 어떻게 찾는 것일까?’4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체들 간의 독립과 견제를 왔다갔다 줄다리기를 하듯이 균형을 잡으면서 함께 공공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답은 이미 14년의 축제의 시간 속에서 도출되었다. 시민들의 기억에서 키워드만 찾아도 보편적인 공공의 가치는 장황한 설명 없이도 소통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매년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예술가, 시민, 행정기관으로 관념적으로 상징되는 주체들을 실제로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해와 소통의 많은 노력과 시도, 실험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래서 힘의 균형을 찾는 방법은 실제로 현장의 사람들이 다양한 차이와 갈등의 발견과 해결 과정을 통해 ‘어떻게’라는 방식 실험을 통해 찾아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은 ‘기껏해야 1년짜리 임기인데 해보고 안 좋으면 다시 하면 되지 않느냐’식의 안일한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무너진 댐을 보수한다고 그 안에 담긴 물을 한 순간에 다시 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물과도 같은 것이다. 오랜 시간 내리면서 모인 물은 다양한 쓰임새로 사용할 수 있는 원재료 같은 것이다. 도시의 공간을 흐르는 예술의 물길을 끊거나 막는 오만한 자만심은 축제를 만드는 세 주체 모두가 스스로 경계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미경)

2015 프리페스티벌-원곡동 ‘원곡길 사용설명서’와 개막작 창작그룹 노니의 ‘안.녕.安.寧’을 기억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예술가들은 어떤 일을 해야할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두 슬픔에 휩싸여 있었다. 2014년 5월에 있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참여예술가들은 축제의 취소 통보를 받았었다. 창작그룹 노니는 당시 작품을 준비중이었고, 작품을 준비중이던 고등학생들의 친구가 세월호에서 희생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창작그룹 노니는 학생들과 함께 친구들을 추모하며,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열려야했던 그 시간에 안산 중앙역 앞에서 추모 공연을 열였다. 그리고 2014년 5월에는 예술가들과 함께 모여 노란 나비를 만들어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했다. 2015년 개막작 안.녕.安.寧는 창작그룹노니가 안산시민들과 함께 세월호를 추모하고 기억하며 안산문화광장에서 함께 공연한 작품이다. 축제가 다시 시작된 2015년에는 원곡동에서의 축제도 함께 진행되었다. 둘레길의 일종인 ‘원곡길’은 골목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을 따라 걸으며 자신만의 원곡동 사용설명서를 완성해 간다. ‘원곡길 사용설명서’와 더불어 거리 곳곳에 숨은 ‘골목드레싱’, 그리고 원곡동 주민들이 직접 가져온 옷을 모아 리폼해 선보이는 패션쇼 ‘원곡동 런 어:웨이’는 어린이, 여성, 이주 노동자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지닌 삶이 엉켜 재탄생한 옷과 DJ, 사진이 융합된 프로그램으로 인간과 노동 간의 의미를 담아낸 ‘그리하여, 곧고 준수하게 show’가 패션쇼 무대로 활용된다. 세월호 참사를 함께 보듬으면서도 안산의 다문화 환경속에서 축제가 해야할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확장성과 대중성라는 명목으로 배제되는 전문성

이번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선임 문제는 가장 열린 선임의 장이 될 수도 있었기에 더욱 수긍하기 어렵다. 아마도 지금까지 예술감독의 선임이 재단 혹은 시를 통해 비공개적으로 추진되어왔다면 올해는 처음으로 공개 모집하였기에 열린 구조였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리예술가들이 이번 예술감독 선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어떤 개인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확장성’과 ‘대중성’이라는 명목으로 배제되고 있는 전문성, 지자체장의 변화에 따라 사유화되고 도구화되는 예술과 인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오랫동안 거리예술을 창작했던 현장에 있었던 예술가들은 알고 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어떻게 시대를 걸어왔는지, 어떻게 시민들과 함께 걸어왔는지에 대해. 하지만 최근 안산문화재단 백정희 대표이사는 “‘2019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안산시민 및 이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 참여의 장을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개막작은 ‘아시아 다문화’를 주제로 한 퍼레이드다. 안산시민을 비롯해 외국인주민지원본부와 협력해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들이 함께 참여한다”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확보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5고 밝혔다.

지금 안산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다양성으로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겠다면서도 정작 예술가들의 소리에는 귀를 막고 있는 안산. 누구를 위한 확장인가, 누구를 위한 모두인가. 시민에게 다가가는 예술, 예술을 하는 시민 사이에 예술가들을 위한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예술가들은 오늘도 질문하고 있다.

글. 임인자 (편집장/발행인)

daeinza@hanmail.net


1          엄현희, <공공에서 주관한 거리예술축제의 성과와 한계> 발제문, 엄현희 연극평론가의 발제문 전문은 안산국제거리극축제비상대책위원회의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다. https://blog.naver.com/streetart2018/221461829242

2         엄현희, 위의글

3         안산국제거리극축제비상대책위원회 https://www.facebook.com/ForASAF2019/posts/308604453098045

4         이미경, 시민의 관점에서 바라본 안산국제거리극 사태의 문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비상대책위원회의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다. https://blog.naver.com/streetart2018/221461836498

5         송시연 기자(경기일보), [신년 인터뷰] 백정희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 “단원미술관 정체성 확립… 재단 내실 다질 것”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7169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