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젊은 예술가들과 문화정책

광주의 젊은 예술가들과 문화정책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쉼 없이 공부만 하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청년실업자가 36만을 넘어선 지금 ‘취업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가 되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취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생이 아닌 ‘취업준비생’으로 살아간다. 대학 졸업 후에도 달라지는 건 없다. ‘취준생’으로 스펙을 쌓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취업에 온 힘을 쏟는다. 이미 캠퍼스 낭만은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설일지 모르겠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서로를 챙기기보다 자기개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보다 그저 ‘취업’에 성공하는 게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이 믿기 힘든 현실이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취업과 거리가 먼 지역의 청년예술가들 삶은 어떠한가. 이들 대부분은 취업을 포기하고 예술 활동을 이어간다. 이러한 삶을 택한 이유는 취직과 동시에 예술 활동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예로 연극인들은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서 단원들과의 연습이 필요하다.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이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달이 될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정해지지 않은 기간 동안 시간을 비워야만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예술 활동이 생존을 위한 밑천이 되면 좋겠지만, 열정페이가 다반사이고, 그마저도 힘든 상황은 부지기수 이다.

몇 해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예술인 패스를 발급받은 연극 분야 종사 자 3,12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연극인 2명중 1명은 100만 원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그중 월수입 50만~100만원이 30.9%, 50만원 미만도 25.2%에 달한다고 한다. 이 돈으로 방세와 밥값, 학자금 대출을 해결하고 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 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겨우 생계유지를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없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복합적인 이유로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은 예술 활동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거나, 지방을 벗어나 서울 또는 해외로 유학을 떠나고 있다. 마치 새로운 유토피아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옮겨간 곳에서의 정착이 녹록지 않아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떠나는 이들의 마음을 잡을 지역의 문화정책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지역은 청년예술가들을 잃어가고 있다. 도피하듯 고향을 떠나는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나갈 문화정책이 시급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예술가들의 복지와 생존에 관한 문화정책이 확대되는 모양새이다. 그 예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창작 준비지원금, 예술인 파견 지원, 예술인 패스, 예술인 의료지원사업 등을 실행하고 있다. 모든 예술가들에게 열려있다고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고, 지역별 수혜자들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창작자에게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활동하는 예술인의 수가 수도권에 촘촘하게 밀집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쏠림 현상으로 보아 그만큼 지역의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요컨대 지역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맞춤형 복지정책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광주광역시 문화정책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현주소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해 치른 지방선거 이후 새로 선임된 민선 7기 이용섭 시장의 문화공약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이용섭 광주시장의 핵심공약은 문화수도 광주 ‘컬쳐 유토피아’1이다. 이 공약들을 살펴보면 아시아문화전당과 전당 주변부 활성화, 문화시설 건설, 문화콘텐츠 개발, 거리 행사 확대 등이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 보인다. 이러한 사업들이 예술가들과 광주시민들에게 좋은 문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임에는 틀림없으나, 공간 활용사업과 행사위주의 문화행정이 지역 청년예술가들에게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청년예술가들은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나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정책이 절실하지 새로운 공간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예술가가 만들어지지 않듯 아무리 최첨단 공연 연습장을 건립하더라도 지역의 청년예술가들 중 사용할 이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예술 현장의 목소리와 시대의 흐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공약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리 문화수도를 표방하고 ‘컬쳐 유토피아’를 선포하더라도 더 이상 청년예술가들이 양성되지 않으면 문화의 다양성은 찾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이어져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잃어 갈  것이다.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공간들을 재정비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최근 광주극장의 변화는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광주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민간단체와 예술인 그리고 광주극장이 합심해 이룬 값진 성과이다. 이는 기획자와 예술가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면서, 지역 청년예술가들의 활동이 왜 중요한지 상기시켜준다. 이와 반대로 관 주도적 문화정책의 실패 사례로 대인예술시장을 들 수 있다. 

지역의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고,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의 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대인예술시장의 콘텐츠를 복제 재생산하면서 그 매력을 희석시킨 데 있다. 대인시장과 불과 1.4km 떨어진 남광주 시장에 야시장을 오픈했고, 문화전당 주변으로 프린지 페스티벌과 마켓이 열린다. 

어디를 가든 비슷한 콘텐츠가 산재한 마당에 꼭 그곳이 아니어도 된다면 굳이 발품 팔아 찾아가진 않을 것이다. 이제 대인예술시장은 쇠퇴의 길에 섰다. 매출이 떨어지고 시장을 찾는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문화정책이 예술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상주 예술가가 50여명 이상이었던 대인예술시장에 남은 예술가는 5명 남짓이다. 더 이상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새해가 밝았다. 민선7기의 문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약만을 살펴보면 기존의 문화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직도 오랜 시간 지역에 대해 고민한 현장의 목소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우며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은 위한 장기 계획과 복지정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광주광역시에서 진행한 문화예술정책들은 소통의 부재와 성과 위주 사업 중심으로 여러 문제점들을 발생시켜왔다. 예술가들을 소비하는 형태의 지역 문화정책은 예술가로 하여금 더 이상 지역에 기대하지 않는 체념의 구조를 가지게 만든 건 아닐까. 하루속히 사람과 공간이 함께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문화정책이 시행돼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이 활발히 활동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

글. 김탁현 (지구발전오라 대표)

taknim@naver.com 


1 ‘컬처유토피아’ 공약을 살펴보면 다음과같다. 

[1] 광주를 문화적으로 재편 명실상부한 문화수도 조성 

1-1. 광주만의 특색있는 문화적 재편, 

1-2. 연중 문화행사, 거리축제가 열리는 문화난장 추진 (문화도시정책관) 

[2] 아시아문화전당 기능 개편 

2-1. 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 연계성 제고 및 운영체계 조정 (문화도시정책관) 

2-2. 문화전당 컬러콘텐츠 생산 및 프로그램 확대 (문화도시정책관) 

2-3. 아시아문화 체험공간 확충 (문화도시정책관) 

2-4. 금남로, 광주천 문화예술 활동 공간 활용 (문화도시정책관) 

[3] 광주의 전통문화시설 확대 건립 

3-1. 문학관 건립 (문화예술진흥과) 

3-2. 역사박물관 건립 (문화예술진흥과) 

3-3. 국악당 건립 (문화예술진흥과) 

[4] 첨단실감컨텐츠산업 대표도시 육성 

4-1. 광주만의 특별한 문화콘텐츠 제작 (문화산업과) 

4-2. 첨단실감클러스터 조성 미래오감 콘텐츠 개발 중심지 육성 (문화산업과) 4-3. 한국문화기술연 구원 설립 

[5] 문화행정을 위한 민간거버넌스 체계 구축 

5-1. 문화부시장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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