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 음악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건 욕심일까?

ⓒ소영 제공

내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 음악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건 욕심일까?

2018년도 말 저는 작은 공연을 열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대안학교 ‘교육공간 오름’ 지하에는 녹음스튜디오 ‘라운드사운드’가 있는데 이곳은 저의 작업실이자 학생들과 음악 수업을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한 해 동안 활동하면서 고마웠던 분들을 초대해서 작은 공연을 열었습니다. 공연 초대장 엽서를 쓰면서 문득 지금의 장소로 옮기기 전 동명동 시절의 옥상공연이 떠올랐고, 그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저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하다가 20대 중반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음악을 한번 포기했었어요. 서른이 넘어 다시 음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었습니다. 어디서 공연을 해야 할지 몰라서 혼자서 기타, 마이크, 앰프를 들고 나가서 야외에서, 카페에서, 집회에서 노래를 했지요. 당시 상황이 그래서였을까 조금은 우울한 자작곡들을 불렀던 것 같아요. 

그즈음 대안학교 오름에 음악 수업을 나가게 되었는데 그곳의 옥상공간이 근사하게 느껴졌어요. 옥상에 올라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여기서 공연을 시작해 보기로 결심했지요. 공연 이름을 ‘방구석 공연’이라고 했는데, 적은 인원의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하고자 했던 마음에서 그렇게 지었어요. 대략 20명 정도의 관객들이 모여 앉아서 공연을 보고, 자연스럽게 노래에 대한 질문과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면 좋겠다 싶었고 대안학교 측에 제안을 해서 승낙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마땅한 음향 장비 하나 없이 야외 공연용 앰프에 마이크, 기타 소리만 나오게 해놓고 공연을 시작했어요. 공연을 몇 차례 진행하다 보니 제대로 된 음향 장비가 절실했고 ‘오름’ 대표에게 부탁하였더니 장비를 마련해주었습니다. 관객 수도 점차 늘어 어느새 30명을 웃돌았고 이제는 혼자서만 공연을 할 수 없으니 다른 팀들을 섭외하기 시작했어요. 공연자들에게 사례비를 많이 주지 못하니까 뒤풀이 때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하자는 마음으로 직접 음식을 준비했어요. 그렇게 옥상공연이 학교 행사로 자리 잡게 되면서 1 년에 두 번 봄, 가을 옥상공연을 10회 이상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광주 지역 전문 공연장에서, 음향이 잘 갖춰져 있는 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지만 항상 오름에서의 옥상공연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모든 걸 직접 하면서도 그리 힘들지 않았던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도와서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포스터 그림을 직접 그려서 넘기면 대표 선생님이 포토샵으로 작업해주고, 음향엔지니어는 함께 일하는 음악 선생님이 맡아주고, 학생들은 공연장으로 의자를 나르고, 다른 선생님은 요리를 해주었어요. 이렇게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공연을 치르고 나면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쁘고 그 과정에서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음악활동을 하면서 혼자서 다니는 게 편하지만 ‘왜 꼭 밴드를 하고 싶어질까?’를 생각해 보면 힘든 일을 함께 나누고 즐거운 순간에 함께 웃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올 한 해 함께 일하며 고마웠던 분들을 생각하고 그분들께 인사를 전하는 시간을 갖으시길 바래요. 

내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 음악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건 욕심일까? 

음악이나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으레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막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 활동을 시작하려던 때에 내가 좋아했던 선배 밴드 음악인들은 하나둘 서울로 떠났고 선배들이 없는 상태로 광주지역에서 음악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곤 했어요. ‘내가 적극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곳에 남아있는 걸까?’, ‘내가 음악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는 걸까?’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음악을 하며 살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상황은 희망적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음악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가 서른이 넘어 다시 음악을 시작하면서 ‘내가 사는 곳에서 음악 활동을 하겠다.’라고 다짐했고, 그 생각은 ‘어떻게 하면 타 지방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알릴 수 있을까?’로 이어졌습니다. 

고민 끝에 온라인으로 음반을 내기로 하고 앨범제작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죠. 그렇게 ‘소영’ 1집 음반 ‘상실의 기록’은 ‘텀블벅 펀딩’을 통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결재의 편리성, 홍보가 잘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 지금껏 나를 모르던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펀딩을 시작했는데, 펀딩 과정에서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내 음반을 구매하게 되었고 서울, 제주도 타 지역에서도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지역에서 음악활동을 하면서 노력을 기울인 것은 음원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플랫폼인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로 하고 뮤직비디오 제작을 기획했지요. 각각의 노래에 담긴 나의 생각들을 감독님과 공유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영상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창작물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주변의 영상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총 다섯 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예술가들의 협업을 돕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관한 좋은 예가 떠올랐는데, 홍대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지원 사업으로 어느 한 작가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의 프로필, 작업 내용을 모아 책자로 만들어서 배포한 적이 있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고유의 작업을 하는 지역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하면 교류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협업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광주 독립영화 감독님의 작품에서 음악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완성작이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것을 보면서, 공연장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독님과의 작업으로 얻은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음악 작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9년에는 거꾸로 감독님이 내 노래에 맞추어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주신다고 했는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품앗이가 지역에서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되었으면 합니다. 늘 도움을 준 예술가들에게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리고 항상 가까운 지인들에게 부탁을 하는 형편인데 상호 협업을 지원하는 사업이 좀 더 구체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광주의 지역문화재단인 광주문화재단에서는 개별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겠지만, 더 나아가 다양한 다른 장르(음악, 미술, 영상, 문학)의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생각과 작업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 각 분야를 좀 더 세분화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 장르 안에서도 클래식, 국악, 뮤지컬음악에 비해서 대중음악(인디밴드, 포크뮤지션)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데 대중음악 가수들의 다양성과 차이점을 잘 이해하고 배려해주었으면 합니다. 2019년에는 광주문화재단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의 만남을 유도하고 공동의 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원 사업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 간의 상호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글. 소영 (싱어송라이터)

sugarwater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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