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에서 제외되어 온, 소수자의 목소리 : <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이 우짖는 소리> 

담론에서 제외되어 온, 소수자의 목소리

<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이 우짖는 소리> 

2017년 강진군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라남도 청년을 대상으로 공연예술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을 개설하였다. 이 사업은 문화관광콘텐츠 개발의 일환이자 청년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업이었다. 교육과정을 이수한 9명의 청년은 ‘강진만연극단 구강구산’을 창단했다(이들은 교육장소를 주소지로 하여, 2017년 12월 29일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았다). 나는 극단의 창단 공연에 스태프로 참여했다. 극단의 단원들은 이 사업에 군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진만 연극단 구강구산은 창단 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군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나는 단원들에게 구강구산 대한 결과보고서를 직접 작성해볼 것을 제안했다. 기자나 공무원의 목소리가 아닌 사업에 참여한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지역 문화관광 전문인력 양성 및 관광콘텐츠 개발을 통한 창업지원 사업 『강진만 연극단 구강구산』 결과 보고서 : 극단 창업 교육훈련 참여자 입장을 중심으로>1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이 우짖는 소리>는 이 결과보고서의 선행 연구다. 이 책의 저자인 최종렬 교수는 지방대에서 1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다. 저자는 청년 담론에 나타난 청년의 모습과 본인이 가르친 지방대 학생들의 모습이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지금의 청년 담론들이 서울 중심적이며, 지방 청년들은 그 담론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방대생을 소수자로 정의하고 있다. 소수자는 단순히 수치의 개념이 아니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또한 소수자다. 저자는 창업과목을 개설해야 된다는 극심한 압박을 외면하고 ‘서울공화국’에 의해 변방으로 내몰린 지역민들의 숨죽여 울부짖는 목소리를 채집했다. 

“지방대생은 가족의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며, 이를 ‘성찰적 겸연쩍음’이라는 규범을 활용해서 추구하고, 이를 실행할 때는 습속을 따라한다. 지방대생은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을 통해 자기개발담론을 걸러낸다. 지방대생은 경쟁밖에 자신을 놓으며, 설사 경쟁에 뛰어든다 해도 느슨하게 하며, 경쟁과정과 결과에 대해 서로 거의 말하지 않는다.”2

지방대생 특징의 ‘일반화’가 저자의 연구 목표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 연구에는 가설과 표집이 없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방대생 6명, 지방대 졸업생 17명, 지방대생 부모 6명으로 29명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들의 ‘목소리’ 자체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구자가 구성한 ‘분석적 실재로서의 지방’을 독자가 체험한 ‘경험적 실재로서의 지방’과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중략… 향후 이 책에서 구성한 분석적 실재를 바탕으로 해서 여러 후속 연구가 활발하게 나오기를 기대한다.”

나는 구강구산 단원들에게 교육기간 동안 있었던 일을 들려달라고 했다. 구강구산 단원으로부터 장문의 카톡이 왔다. 요지는 자신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관객들이 들어주지도 않을 것 같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골라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 주어진 삶에 의문을 던지지 않고 당연시하며 살아왔다. 정해진 사회적 시간의 흐름에 온몸을 맡긴 채 떠내려왔다. 그러다보니 개인의 독자적인 시간을 구성할 필요가 없었다.” 

“선호의 언어를 격렬히 내뱉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끼지?”

서울에서 지원 사업을 통해 선정되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창작자가 바라보는 세상(정치·사회적 입장을 포함, 소소한 일상까지)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방 공연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공연에서는 지역의 유명인이나 지역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지원 사업 자체도 축제나 관광사업을 위한 콘텐츠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골이라서? 문화 수준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선호의 차이일까? 지방자치단체가 예술가에 대한 이해 없이 성과만을 요구하기 때문일까? 경제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지방의 마지막 보루가 관광산업이기 때문인가? 해마다 새롭게 시작되는 사업들을 통해 무형과 유형의 콘텐츠는 늘어나는데, 인프라들이 축적되기보단 처박히며 끝난다. 국가가 재촉하여 만든 콘텐츠와 각종 교육을 통해 양성된 인력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흩어진다. 이것은 자신의 선호에 대해 목소리를 내본 경험이 없는, 지방대생의 습속 때문은 아닐까? 누군가는 지방대생의 습속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로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가? 공연에 특별한 서사가 아닌 그들의 별것 아닌 이야기가 올라오면 안 되는가? 그들의 이야기로 공연을 만들면 그것은 문화 콘텐츠가 아닌가? 오히려 이러한 시도가 ‘역량’을 키워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구강 구산에 오면서 내가 기대한 점, 처음에는 극단 창업을 위한 연기 연출 교육과정이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이때는 연기를 배울 수 있고, 음.. 음악이나 무용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좋아가지고 들어왔고 그거를 기대를 했는데 공연을 만들게 되고 1년을 같이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전국 순회공연을 할 거라고 듣고 그리고 강진한예종아트센터 연습실 사업을 해가지고 구강구산 단원들이 거기 직원으로 있으면서, 음… 일을 하면서 공연도 하고 그럴 것이라고 들어서 그걸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음… 지금은 연습실 사업도 없고, 전국 순회공연도 없고, 현재는 공연이 없는 상태고 개인 개인 뿔뿔히 흩어져가지고 극단이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 상태여서 정-말- 슬픕니다. (대답이 끝난다) 

– 강진만 연극단 구강구산 단원 인터뷰 中 –

나는 이제 막 지방의 한 극단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질문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태다. 끝나지 않은 보고서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이 책에 등장한 연구 참여자들처럼 나의 삶을 서사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겠다. 

나는 지방 국립대 P대 학생이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부모님의 학비에 대해 걱정을 하시기에 지방 국립대에 들어갔다. 4배 정도 차이나는 학비와 기숙사 비용을 생각하니 저절로 수긍이 되었다. 서울로 학교를 가서 용돈을 번다거나 장학금을 받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학교는 적당히 느슨하게 다녔다. 학점관리는 열심히 했지만, 자격증은 따지 않았다. 4-5개 정도의 지원서를 쓰다가 지원동기가 없다는 이상한 핑계를 대며 입사지원을 그만 두었다. 나는 나를 시험하는 “그 어떤 경쟁에도 나를 밀어 넣지 않았다.”3결국 나는 동 대학 대학원에 들어갔다. 대학원 졸업 논문을 쓰며 주식 하나 없이 주식시장 리스크를 분석하는데 회의감을 느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개인적 선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전환점”이다. 나는 서울에 있는 모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합격했다. 졸업 후에 연출을 하고 있다. 공연이 정기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과 공연을 병행하기도 한다. 매년 초 공모사업에는 꼭 지원서를 제출한다. 힘이 들 때면 “가족주의 선호” 경향이 튀어나온다. 고향 가서 카페나 하지라는 말을 한다.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고 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고향으로 가서 연극을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최근 부산 거주기간이 몇 년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다. 또 몇 년을 허비할 자신이 없다. 일단 서울에서 버틴다.

 

글. 김미란 (연극연출가) 

alfks.15@daum.net


1      2019년 3월 29일~31일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할 예정이다.

2      최종렬 <복학왕의 사회학> 오월의봄, 2018 (이하, 큰 따옴표 안의 글은 <복학왕의 사회학>을 인용한 부분이다.)

3      본문의 큰따옴표와 굵은표시는 <복학왕의 사회학>의 글귀를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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