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컨베어벨트를 멈춰라-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님을 추모하며

이 컨베어벨트를 멈춰라

–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 님을 추모하며

송경동 (시인)

마법의 반지라도 끼고 살며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어두컴컴한 하층인생 손전등 하나 없이
하루의 희망을 이틀의 안도를 캐며
비정규직이지만 꿈을 키우며 살고 싶었다
한전 정규직이 되는 것이 유일한 생의 희망
문재인 대통령님 비정규직과 만납시다가 유언이 되었다
취업을 위해 준비한 양복은
한번 입고 장례복이 되었다
그동안 키워줘서 고맙다고
생의 첫 출근이라고 엄마에게 올린
거수경례는 작별인사가 되었다
유품은 정규직 꿈을 키우던 수험서 몇 권
컵라면 세 개 고장난 손전등과
검은 탄이 묻은 슬리퍼 한 짝과
작은 수첩 하나였다

당신 어머니의 절규처럼
놀고 먹는 한이 있어도 안 가야 했던 곳
지옥을 향해 가는 긴 터널
몇 년 새 십수명이 죽어 간 어둔 막장
낙하산 임원들의 고연봉과
기업가들의 무한한 발전을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죽음의 콘베어벨트

그곳에서 당신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
다섯 시간동안 버려져 있었다
사고 현장은 깨끗이 치워졌다
노동청은 셔터를 내렸고
당신의 어머니와 민간은 특별근로감독에서 제외되었다
진상조사위는 꾸려지지 않고 있고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통과된 걸로
이제 그만 당신을 묻으라 한다
대통령은 당신의 유언을 거부하고
도리어 재벌초청 성찬을 벌리며
시대와 역사와 촛불을 조롱했다
청와대 목전까지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연행되었다
여전히 당신은 차가운 냉동고에
영문을 모른 채 누워 있고
당신의 어머니는 지금도
당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며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는 세상
받아들일 수 없는 국가와 법
다시 이 죽음의 콘베어벨트를 돌려야 하니
포기하고 체념하라는 것인가

그럴 순 없다
이 죽음의 콘베어벨트를 멈춰라
오늘도 여전히 생생 돌아가고 있는 태안화력 1~8호기를 멈춰라
모든 그릇된 발전을 멈춰라
비용절감이 안전보다 중요하고
경영효율이 생명보다 중요하고
이윤이 모든 이의 평화보다 중요하고
소수의 특권과 독점이 모두의 권리보다 중요한
이 교활하고 잔인한 발전을 멈춰라
오늘도 우리 모두의 치욕과
절망과 굴욕과 설움과 분노와 피눈물을
기름진 동력으로 삼아 변함없이
돌아가는 독점의 탐욕의
이 비열한 시스템을 멈춰라
한국 100대 재벌 사내유보금 1080조원
전세계 자본가 225명의 총자산이
전세계 가난한 자 25억 명의 연간수입보다 많은
이 세계의 비극을 멈춰라

이 비극이 멈추기 전엔
청년비정규직 김용균은 죽지 않는다
우리의 추모는 애도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연대는 투쟁은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어머니는 울지 않는다
어머니는 쓰러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무너지지 않는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