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이 영화를 애정하는 방식

ⓒ포스터 광주극장

‘영퀴왕’이 되고자 했던 이들의 2018 제12회 광주극장영화퀴즈대회 지상중계

2005년 시작하여 2018년 제 12회를 맞이한 광주극장의 영화퀴즈대회를 소개한다. 1935년 개관하여 앞으로 백년극장을 꿈꾸는 광주극장은 현재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으로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광주극장을 찾는 관객들과 함께 한해 마무리 행사로 ‘영화퀴즈대회(일명: 영퀴)’를 열고 있다. 이들의 치열한 영화 사랑의 현장으로 들어가본다. (편집자주)

매해 연말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한 해를 지나온 그들의 삶에서 소중했던 것들을 기념하고, 추억하고, 기록하고 정리한다. 누구나 자신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거나 혹은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은 제각각 다르다. 그렇게 사람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인상적이고 소중한 자기만의 것들을 그들만의 방법으로 나름대로 정리한다. 그 중에는 ‘영화’가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는 비록 단 한 편일지라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애정하는 영화가 있다. 그 가치는 아주 소중하다. 가령, 유달리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영화 속 인물,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단 몇 마디의 대사, 꼭 머리에 박힌 듯이 지워지지 않는 한 장면, 인상적인 특정한 이미지와 그 영화의 분위기, 감정선.. 영화가 우리를 통과하며 남기고 지나가는 흔적은 다양하며, 우리는 그것을 애정한다. 그렇게 영화가 소중한 사람들이 모이는 특별한 장소와 시간이 있다. 광주극장은 2005년부터 연말마다 영화를 애정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해를 영화로 되돌아보는 ‘영화퀴즈대회’라는 특별한 송년 행사를 갖는다.

말 그대로 영화에 관한 퀴즈가 출제되고,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 퀴즈를 즐겁게 맞춘다. 퀴즈는 영화의 제목이 지워진 포스터를 보고 영화 제목을 맞추는 ‘포스터 퀴즈’, 영화의 스틸컷을 보고 영화의 제목을 맞추는 ‘스틸컷 퀴즈’, 영화 속 특정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고 그 영화의 제목을 맞추는 ‘영상 퀴즈’, 영화 속 사운드나 대사, OST를 듣고 그 영화의 제목을 맞추는 ‘사운드 퀴즈’ 등이 있다. 

작은 퀴즈 대회라고 할지라도 문제의 출제량과 난이도가 만만하지 않다. 자그마치 100문제가 넘는다. 출제위원들이 세심하게 문제를 낸다. 영화퀴즈대회의 순위권이자 특히 1등, 줄여서 ‘영퀴왕’이 되기 위해서 영퀴 출제 빈도가 높은 그해 국내에 개봉한 영화들의 포스터와 스틸컷, 중요 장면과 제목을 훑어보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더군다나 광주극장에서 그 해 개봉했던 영화들의 포스터, 제목 등의 목록을 프린트해서 영퀴 대회에서 퀴즈가 시작되기 전까지 벼락치기 시험공부를 하듯 암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듯 영퀴에 오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광주극장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화퀴즈대회 홍보 글을 보고 ‘이게 뭘까, 한번 가볼까?’ 싶은 호기심 어린 마음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사람들, 영퀴에 참여했던 사람의 소개로 같이 참여하게 된 지인, 광주극장과 친분 있는 사람들(아르바이트생이나 꾸준한 관객 등), 그리고 이제는 매년 영화퀴즈대회에 참가하는 게 연말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된 그런 사람들. 

그동안 ‘영퀴’에 참여해왔던 빈도나, 영화를 봐왔던 시간은 서로 제각각 다를지라도, 일단 퀴즈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퀴즈 속 영화를 알아내고 제목을 맞추기 위해 열띠게 참여한다. 

2018년 12월에는 문제가 시작되기 전, 연습문제로 <로마>(2018)의 메인 포스터가 나왔었다. 그 문제는 정말로 1초 만에 “나 저 영화 안다”며 손을 번쩍 든 절반의 사람들 중, 한 명에 의해 바로 맞추어졌다. 그 순간 영퀴 대회에 처음 참여한 사람들은 ‘아 이거 장난 아니네’하고 이곳의 기류를 느끼게 된다. 시작하기도 전의 연습 문제가 그렇게 단번에 맞춰지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열기를 뜨겁게 달궈주니, 사람들은 모두 그 열기에 옮듯 열띠게 눈에서 광선을 내뿜는다.

그렇게 정식 문제가 시작되고 나면, 정말 다양한 영화들이 나온다. 최근 3-4년 안으로 사랑받은 영화들, 많은 사람들이 회자하는 인상적인 영화들, 또 그 해에 국내에 개봉했거나, 광주극장에서 상영되어 관객들의 많은 지지와 고른 사랑을 받았었던 영화와 다큐멘터리들(2018년 기준)의 영화들이 퀴즈에 오른다. <팬텀 스레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디 버드>, <콜럼버스>, <레디 플레이어 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플로리다 프로젝트>, <유전>, <소공녀>,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판타스틱 우먼>, <어느 가족>,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패터슨>, <밤쉘>, <타샤 튜더> 등이 등장한다. 고전 영화들과 광주극장 특별전 상영작들, 영화제 상영작들도 함께 출제된다.

평균적으로 대부분 6~7초 안에 맞춰진다. 조금 어렵게 출제되었을 경우, 늦어도 10초나 20초 정도 안으로 맞추어진다. 어려운 문제는 1분 내로 맞춰지는 드문 일도 있다. 그리고 해외 영화 같은 경우에는, 원제가 아니면 국내 개봉명의 부제목까지 맞춰야 한다는 까다로운 규정이 있다. 예를 들어서 작년 영퀴에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출제됐었다. 이 작품을 부제목까지 맞춰야 정답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카리오’ 까지는 맞춰도, 부제목을 정확히 맞추지 못해 오답이 몇 번 나왔었다. 하지만 재미난 건 결국 부제목까지 완전하게 맞추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영화를 맞추는 사람들의 자세는 적극적인 건 물론이고, 진지하고 열정적인 학구열마저 느껴지기까지 하며, 얼굴에서는 저 문제를 맞추었다는 성취감과 묘한 희열이 묻어나와서 더욱 재미나다.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은 다양하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영화에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동기부여가 되어 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영화를 좋아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 팬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 애정과 노력을 듬뿍 쏟아붓는 태도를 인상깊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어떤 분야든,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향유하고 좋아하는 건 멋진 일이다. 개인이 본인의 시간과 노력, 열정을 쏟아부어 특정 분야를 열렬히 애정하는 태도는 언제든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열정적으로 영화를 맞추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타인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흥미로운 일이자 동기부여로 다가가게 될 수 있다. 

이곳 영화퀴즈대회에서는 사람들이 퀴즈를 다 풀고, 각자 테이블을 붙여 이야기를 나눌 때,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얼굴에 생기가 돋아난다. 그들이 이 자리를 찾게 되는 이유는 각자에게 있어 한 해동안 인상 깊었던 영화를 추억하고, 정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 영화를 좋아하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서로 공감하는 일은 아주 소중하니까. 사람에게 제각각 소중한 것은 너무나 다양하고 그 범위도 넓지만, 우리에게는 단 한 편일지라도, 적어도 단 한 장면일지라도 소중한 영화가 있다. 

우리는 그 영화를 추억하는 방식도, 각자의 마음에 새기고 기록하는 방법도 전부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곳 영화퀴즈대회처럼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게 영화에 대한 문제를 풀고, 기억을 되새기며 추억하는 방법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이 영화가 이런 포스터였지, 이 영화에 이 장면이 있었지, 맞아 이 장면 인상깊지’라고 되새길 수 있으니까. 그렇게 영화를 애정하는 방식 중에는 이런 방식도 있으니까.

글. 조신영 (극장노동자) ksb376113@naver.com

사진. 최성욱 (다큐멘터리 감독) vjshot@naver.com

* 2018년 영화퀴즈대회 포스터 그림_ 작가 정다운 l 디자인_ 작가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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