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삶의 노래- 은평이야기>

ⓒ 정가악회 제공

<아리랑, 삶의 노래- 은평이야기>

<아리랑 삶의 노래> 시리즈는 정가악회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입니다. 현재 5개의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아리랑을 부르며 이 땅에서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리랑을 부르며 이 땅을 떠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땅을 떠났던 사람의 이야기는 <아리랑, 삶의 노래 – 흩어진 사람들1: 재일 조선인>과 <아리랑, 삶의 노래- 흩어진 사람들2: 고려인>이 만들어졌고, 이 땅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리랑, 삶의 노래 – 강원도 평창>과 오늘 이야기 나눌 <아리랑, 삶의 노래 : 은평이야기1>과 <아리랑, 삶의 노래 – 은평이야기2 : 마을이 00 작은 공원>입니다.

<아리랑 삶의 노래> 시리즈는 아리랑을 이야기하지만 종종 아리랑이 ‘노래’라는 일반 명칭으로 넓혀지기도 합니다. 노래는 다시 ‘음악’으로 넓혀지기도 하지요. 삶의 살아내는데 노래가 혹은 음악이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묻고 답하는 과정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정가악회는 2017년 그리고 2018년 서울특별시 은평구 소재의 은평문화예술회관에 상주단체가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주단체가 되었다기보다 서울문화재단의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은평문화예술회관과 함께 신청하여 선정되었지요. 

상주단체육성지원 사업에 대하여 정가악회 나름의 입장을 정했습니다. 상주단체육성지원 사업은 ‘작품지원’을 넘고, ‘단체육성’지원을 넘어 ‘예술생태계-극장과 지역’이라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갖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유통할 수 있는 우리의 창작품을 만드는 것을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의 목표로 삼지 않고 극장과 지역의 요구를 살피는 일, 예술을 둘러싸고 있는 관객과 세상을 살피는 일을 이번 사업의 목표로 삼고자 한다고 정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업을 통해서 얻을 것이 무엇이냐 물을 때, 정가악회 구성원의 질적 성장과 정가악회와 관계 했던 은평지역 사람들의 예술적 경험을 통한 성장을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지금 당장의 효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정가악회가 살아내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란 확신에서 출발했습니다. 예술가가 세상을 살피는 일, 예술가가 세상을 통해 반성하고 배우는 일이 정가악회 구성원의 성장이고, 그동안 쌓아 왔던 정가악회의 예술적 성취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은평과 나눠 공유하는 작업이 예술을 통한 사회의 성장이라고 보았습니다. 

‘은평’을 살폈습니다. 서울시에서 재정자립도가 아래서 1.2위라 합니다. 노인의 인구가 많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도 가장 떨어지는 지역이라는 평가입니다. 도시는 가난하고 낙후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일까요? 은평은 풀뿌리 시민운동의 흐름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은평은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가장 낙후된 도시이기에 개발이라는 큰 흐름이 가장 늦게 도착했고, 지금은 가장 새로운 도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평은 ‘원주민’이라 불리는 사람, 그런 지역이 생기게 되었고, ‘이주민’이라 불리는 사람이 사는 신도시가 생기고 있습니다. 옛 것과 새 것 사이에 사람이 있고, 삶이 있습니다. 때론 저항하고 때론 반기며 이 사람 저 사람이 살아가고 있고, 살아 내고 있습니다.

2017 <아리랑, 삶의 노래 – 은평이야기1>1

재개발은 서울의 역사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자본의 역사이며 욕망의 역사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살피고, 지금의 마음들을 기록하여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은평의 이야기만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본래의 주제로 돌아옵니다. 은평의 삶에 노래는 무엇일까? 그 눈으로 살피니 ‘은평 합창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크고 작은 합창단들이 은평에서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실력이야 어떻던 함께 노래 부르고 화음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고마웠습니다. <아리랑, 삶의 노래 –은평이야기1>은 이러한 주제, 소재 그리고 출연자들을 만나 시작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님은 은평의 곳곳을 살핍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마음을 담습니다. 그러면서 음악팀은 세 개의 합창단을 만났습니다. ‘원주민’ 마을에서 10년 가까이 함께 노래하며 살며 스스로의 가치를 노래로 실천해온 <꿈꾸는 합창단>과 신도시 아파트에서 노래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만든 <물푸레합창단> 그리고 재개발을 포기하고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산골마을 5인조 노래패>를 만났습니다. 

보통의 합창단이 그렇겠지만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불려진 노래를 찾아 부릅니다. 그래서 작가그룹이 각각의 합창단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각 합창단의 이야기를 가사로 만듭니다. 그리고 작곡가 그룹이 각각의 합창단에 어울리는 합창곡들을 만듭니다. 

세 합창단이 함께 부르는 노래도 만들었습니다. 정가악회와 함께 연습합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님은 은평을 살폈듯 이 합창단의 삶을 살피고 합창단에게 노래가 어떤 의미를 주는지 묻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합창단의 주제가 <꿈꾸는 합창단>은 사람, <물푸레 합창단>은 노래, <산골마을>은 마을로 정해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가로 세로 엮여 <아리랑, 삶의 노래 – 은평이야기1>이 제작되었습니다. 

재개발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대책을 내놓을 형편도 아니고 자칫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옛 것이 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 것은 옛 것을 존중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민감한 문제라 차분하게 해야 할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에서 노래로 무엇인가를 희망하는 합창단의 이야기와 합창단의 노래를 영상과 무대에서 들려줬습니다. 정가악회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격식있는 무대가 될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발표회가 아닌 예술 공연의 공간에 함께 머무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총 100여 명의 출연자가 은평에서의 삶을 노래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줬고 서로의 노래에 따뜻한 박수를 보냈습니다. 정가악회와의 공연 경험으로 성장한 노래 실력은 덤이었습니다. 

정가악회는 이렇게 마을과 친해지고, 은평에 존재를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마을과 합창단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달갑지 않았던, 뻔하게 바라봤던 시선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랬다는 고백과 정가악회의 진심을 알았고 활짝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분명 느꼈고 많이 고백 받았습니다. 

2018 <아리랑, 삶의 노래 – 은평이야기2 : 마을이 00 작은공원>

<아리랑, 삶의 노래 – 은평이야기2 : 마을이 00 작은공원>은 2018년에 만들었습니다. 은평을 살피며 알게된 작은 시설이 있었습니다. <청소년 도서관 ‘작공’>이라는 시설 혹은 단체였습니다. 지역에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마을분들이 만든 청소년 시설이었습니다. 도서관인데 책을 읽는 친구들은 없습니다. 주로 밥을 먹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사건들을 ‘쌤’이라 불리는 선생님이 해결해내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쌤’의 역할은 어마어마했고, 아이들은 성장하고, 치유되고,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2017년의 공연을 통해 살짝 만났던 이 공간을 2018년의 핵심 소재로 삼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공연을 준비하며 알게 된 또다른 사실은 은평에 어린 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600명을 수용하는 아동양육시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있고, 사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마을의 구성원이 됩니다. 함부로 해결을 꿈꾸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도서관 ‘작공’>의 쌤들은 이 아이들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이 시설의 아이들도 작공의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끊이지 않는 사건과 사고를 만들고 건건의 사건과 사고를 해결하고 정리하며 살아내는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작가와 청소년 연극을 전공한 배우가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깊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사이 누구는 절도로 감옥에 가고, 누구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애초에 작공의 아이들과 뮤지컬을 만들어 보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합니다. 작공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정하고 작공의 선생님들의 일들을 알려내야겠다고 방향을 바꿨습니다. 

작공의 쌤들은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작공은 10년전쯤 마을의 마음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작은 공원’이라 불리는 동네 작은 놀이터에 아지트를 튼 아이들을 마을의 어른들이 꼬셔서(?) 보살피면서 ‘작공’의 역사는 출발합니다. 

그랬는데 공연을 만들며 문득 돌아본 지금의 작공과 마을 사이엔 애초의 마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일에 지쳐있었고, 팍팍한 작공의 삶을 볼 때 마을은 괜히 밉고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마음이란 것은 종종 그렇게 움직이지요. 그렇게 작공의 둘레에 벽돌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연 제작의 말미에 다시 물었습니다. 작공이 마을에 하고픈 말이 무엇일까? 마을이 작공에 하고픈 말이 무엇일까? 공연을 만드는 우리가 이 둘에게 하고픈 말이 무엇일까? 이들이 우리에게 하고픈 말이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고맙다’ 였습니다. 그렇게 살아줘서, 거기에 있어줘서,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못다 한 이야기가 있는가 봅니다. 서로 잘 안다 했는데, 서로 모르는 것도 많은가 봅니다. 주제를 다시 바꿉니다. 마을이, 작공이, 예술이 서로에게 하고픈 말이 무엇인지 묻고 서로를 알아가는 작업을 하기로 합니다. 마을이 만든 작은 공원 – 마음이 만든 작은 공원 – 작은 공원 – 마을이 알아야할 작은 공원 – 마을이 다시 만난 작은 공원. <마을이 00 작은 공원>이라는 제목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작공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두 명의 친구가 무대에 오릅니다. 한 친구는 기타를 메고 노래를 했으며, 한 친구는 랩을 했습니다. 마을의 합창단도 함께 했습니다. 작년에 만났던 꿈꾸는 합창단이 기꺼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마을의 대표 마음이 되어주었습니다. 작가와 다큐감독, 작곡가 그리고 연주자와 더불어 다양한 제작진이 어울려 작공의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듭니다. 공연을 만들며 울고, 공연을 하며 울었습니다. 서로에게 미안하다 이야기했고, 서로에게 고맙다 이야기 했고, 서로의 삶에 수고했다 노래 불러줬습니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뒷풀이 때 문득 보았습니다.

정말 마을이 다시 작공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공연 후 이어지는 소식에도 작공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깊이 이해했고, 쌤들도 마을이 보내는 지지에 든든한 미소를 짓고 있으시답니다.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정가악회와 제작진은 뿌듯합니다. 그리고 마을의 합창단분들이 해주신 여러 말씀 중에 남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정가악회와 함께하는 공연에서 저희들이 기죽지 않아서 좋았어요. 배려해주시고 지지해주시고 따뜻하게 품어주셔서 행복하게 노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을과 따뜻하게 만날 수 있었던 두 번의 공연이었습니다.

글. 천재현 (정가악회 대표)  nkomungo@hanmail.net,

사진. 정가악회  https://www.facebook.com/jgahmusic


ⓒ 정가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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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연 홍보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UjJK05oBp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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